키가 작다는 것만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한다.그러나 경쟁이 심화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외적인 요소가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공무원 시험에서 외모에 의한 차별을 금지토록 해 올해부터는 남자는 키 167㎝,여자는 157㎝ 이상으로 제한했던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그러나 경찰대나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아직도 이런 규정이 남아있는 건 키가 여전히 중요한 경쟁 수단이란 걸 의미한다.

대부분의 키 작은 부모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직업 선택이나 사회생활에서 겪었던 불행한 경험이 자녀에게까지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다행히 근래엔 충분한 영양보급과 규칙적인 운동,스트레스 줄이기 등의 노력에 힘입어 자녀들이 잘 자라지만 일부는 부모의 기대에 못미쳐 작은 키를 그대로 닮는 경우도 있다.

1년 전 겨울방학 때 가슴이 발달한 초등학교 3학년 박지원 여자 어린이가 필자를 찾아왔다.나이는 만 9세9개월로 키는 125.9㎝,체중은 23.7㎏에 불과한 왜소한 아이였다.부모님의 키는 아버지가 158㎝,어머니가 155㎝로 작았다.유전적으로 예상되는 지원이의 키는 146∼148㎝이었다.지원이는 평소 두통 어지러움 성장통을 자주 겪었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혈액검사 결과 혈중 성장호르몬 수치를 반영하는 'IGF-1'이 252ng/㎖로 또래아이들보다 약간 부족했고 여성호르몬 중 에스트라디올(E2)은 18pg/㎖로 사춘기 발달이 시작된 상태였다.가슴에 멍울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보통 2년 사이에 초경이 시작되는데 초경 전까지만 급성장하고 이후엔 키 크는 게 정체된다고 감안하면 148㎝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진단에 따라 지원이에게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귀비탕과 키 크는데 효과적인 성장탕을 조합한 처방을 내렸다.이와 함께 부모들에게 일찍 잠자리에 들기,매일 우유 3잔 이상 먹기,좋아하는 운동과 줄넘기 500∼1000번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기 등을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11개월 후 내원한 지원이는 키가 9㎝ 자라있었다.

가슴 상태는 1년 전과 비슷한 발달 정도를 보이고 있었다.혈액검사 결과 IGF-1은 396ng/㎖로 높아진 반면 E2는 16.74pg/㎖로 다소 낮아진 상태로 잘 유지되고 있었다.이에 따라 지원이의 예상키도 152㎝로 상향 조정되었다.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조금만 더 신경쓰면 평균키 정도까지 클 수 있다.특히 부모 모두 키가 작거나 아이가 또래보다 10㎝ 이상 작다면 보다 일찍 성장치료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