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대학별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권역별 로스쿨 인가 대학과 이들 대학의 사시 합격자 수 순위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로스쿨 탈락 대학들은 130개가 넘는 로스쿨 인가 기준 중 사시 합격자 수에만 의존해 인가 대학과 정원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는 다양한 로스쿨 인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1년을 보낸 대학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법학교육위원회는 사시 합격자 외 다양한 요소가 고려됐다고 해명했다.

4일 로스쿨 인가를 신청한 대학들과 로스쿨 관련 교육업계에 따르면 법교위가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최근 5년간 사시 합격자 수 순위와 권역별 로스쿨 인가 대학이 거의 일치한다.

서울지역 대학 중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총 1673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서울대를 시작으로 12위인 서울시립대(43명)까지가 로스쿨 인가를 받았다.

로스쿨 인가 신청을 했다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동국대의 경우 이 기간 37명의 사시 합격자를 배출했다.국민대 숙명여대 숭실대 홍익대 성신여대 등은 같은 기간 3~12명의 사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사시 합격자와 배정 정원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사시 합격자 순위 상위 7개 대학의 경우 로스쿨 정원과 배정 인원이 일치하지만 8위부터 12위까지는 사시 합격자 수와 배정 인원이 들쑥날쑥 하다.일례로 5년간 사시 합격자 수가 70명인 서강대는 59명인 한국외대,43명인 서울시립대보다 정원을 적게 배정받았다.

경기권도 사시 합격자 수와 인가 여부가 일치한다.5년간 21명의 사시 합격자를 배출한 아주대는 50명 정원의 로스쿨을 인가받는 것에 성공한 데 반해 합격자가 17명에 불과한 단국대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인가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광주 권역 역시 사시 합격자 수와 인가 대학이 일치한다.탈락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대가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원광대의 경우 조선대의 세 배인 18명의 사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사시 합격자 수를 인가 결정에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대학은 주로 '커트라인'에 걸려 배정 인원이 줄었거나 탈락한 대학들이다.성균관대보다 합격자 수가 부족해 120명이 아닌 100명의 정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양대의 한 관계자는 "사법시험 합격자 배출 인원은 이미 인가 기준에 일정한 점수를 가지고 자리하고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 반영해야 한다"며 "그 이상 반영한다면 공표한 기준과는 다른 제3의 숨겨진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