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본격적인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 당내 종북주의(從北主義ㆍ북한추종노선) 청산을 골자로 하는 비상대책위의 쇄신안이 3일 당대회에서 부결된데 따른 것이다.

비대위 대표를 맡아 대선 이후 당을 이끌어온 심상정 의원은 4일 대표직을 사퇴했다.일반 당원들의 탈당도 줄을 잇고 있다.

종북주의 청산을 주도해온 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믿음직한 진보정당으로 태어나라는 역사적 소임에 따라 비대위 대표를 맡았으나 그같은 국민과 당원의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며 "나를 비롯한 비대위원 전원은 비대위를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낡은 질서가 강력하게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진보운동의 상식과 이성이 마비되고 있음을 봤다"며 비대위안 부결을 주도한 자주파(통일운동 우선파)를 비판했다.

심 의원은 향후 진로에 대해 "설 기간에 조용히 숙고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다"면서 "당대회는 혁신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는데 난파선을 건져내라는 소임이 부정됐다"고 탈당을 시사했다.

그는 "노회찬 의원 등 비슷한 생각을 해온 분들과 논의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노회찬 단병호 의원 등 평등파(노동운동 우선파) 의원들의 집단 탈당 가능성도 열어뒀다.노 의원 등은 이미 탈당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 홈페이지에는 탈당 절차를 묻거나 탈당 의사를 밝히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4일 오전에만 100여명이 탈당했다.

의정부 등에서는 지역 대의원들이 지역위원회를 해산하고 탈당하기로 하는 등 민노당은 총선을 앞두고 조직마저 와해되는 양상이다.

당 분열로 진보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조승수 대표에게는 힘이 실리게 됐다.조 대표는 심 의원 등에게 신당 창당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며 총선에 대비해 지역조직을 다지고 있다.

김형탁 대변인은 "2월 말까지 5000여명의 참여가 목표였는데 이번에 민노당 탈당자가 크게 늘면서 목표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