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던 고유가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에 육박했다.

무역수지도 두 달 연속 적자를 내면서 11년만에 최대 적자폭을 기록했다.

물가불안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소비가 이미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무역수지가 당분간 적자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향후 경기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배럴당 90달러대를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조만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아보인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때 9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하자 다시 90달러대를 회복했다.

◆물가 4%대 접어드나

1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3.9%를 기록,4%에 바짝 다가섰다.

이미 지난해 12월 3.6%를 기록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벗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4%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작년 8월 2%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1.9%포인트나 급등했다.

이 같은 물가상승 속도로 볼 때 '물가 4%대 시대'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5.1%나 올라 5%대에 접어들었다.

이번에는 특히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10~12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할 때도 3분기(2.3%)와 비슷한 2.4%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 1월에는 2.8%나 올랐다.

석유류의 물가 상승이 다른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아직까지 괜찮은 상황이지만 근원 소비자물가가 더 오른다면 내수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물가가 4%에 육박한 것은 원자재나 식료품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며 "저소득층에는 경직성 경비가 늘어나 이미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달 연속 무역적자

1월 무역수지 적자가 33억8000만달러로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으면서 수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1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17% 증가한 328억6000만달러,수입은 31.5% 늘어난 362억4000만달러로 무역수지가 33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적자폭은 1997년 1월 34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적자의 주요인은 원유 수입액 증가다.

1월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89.6달러로 작년 1월(56.6달러)보다 58.5%나 상승했다.

또 도입물량이 8140만배럴로 12.3% 늘어나면서 원유 수입액도 작년 1월 41억달러에서 올해 73억달러까지 급증했다.

산자부는 "지난해 1월 대비 원유수입 증가액이 32억달러로 무역수지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3월 이후 흑자 전환"

산자부는 현재의 고유가 체제가 지속된다면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정규 산자부 무역투자진흥관은 "3월 이후에야 무역수지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무역수지 흑자목표 130억달러는 3월 이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최악의 경우 올해 국제유가가 연평균 9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2분기 이후 세계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어 유가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산자부는 오는 4일 오영호 제1차관 주재로 고유가에 따른 수출업계 및 유관기관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고유가에 따른 수입 증가와 업종별 수출 현황을 점검한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