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

겉보기에는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보이지만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착된 LCD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안내 자막과 뉴스가 영어로 돼 있다.

뿐만 아니다.

내부문서 작성과 회의까지 죄다 영어로 이뤄진다.

영어쓰기 운동은 화장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Nothing ventured nothing gained.(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뼛속까지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LG의 노력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올해부터 각 계열사별 역량은 해외 사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인사와 물류,금융 등의 조직도 글로벌 표준에 맞게 바꿔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LG'를 위한 첫 단계는 영어쓰기 운동.LG는 LG전자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말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임원회의 워크숍에 참석해 유창한 영어로 회의를 주재하며 '영어쓰기'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LG가 영어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나선 것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언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글로벌 언어인 영어를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조성되면 우수한 외국인 인재 영입도 쉬워져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영어쓰기 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글로벌 LG'를 위한 두 번째 단계는 인사(HR)제도 혁신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 80개 해외법인의 인사제도를 국내 본사 기준으로 단일화하는 글로벌 HR 표준제도를 마련했다.

해외법인의 인력 변동과 인사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개인별 업무 성과와 역량을 통합해 우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해서다.

최고 인재 영입은 모든 계열사에 공통적으로 부여된 과제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최고인사책임자(Chief Human resources Officer)와 최고 공급망관리 책임자(Chief Supply Chain management Officer) 등 2명의 부사장급 인재를 올 상반기 중 외국인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직접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4월 김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 MBA스쿨 졸업자와 연구개발(R&D) 관련 상위 10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이수 중인 50여명의 인재를 모아 놓고 채용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LG화학은 2005년부터 해외출장과 연계한 현지 우수 인재 채용 설명회와 인터뷰(Businss &Campus Tour),학술세미나 형식의 리크루팅 방식(Tech Fair)을 통해 60여명의 우수인력을 글로벌 마케팅과 전략기획 분야에 채용했다.

'글로벌 LG'의 세 번째 단계는 물류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의 글로벌 표준 구축이다.

LG전자는 중국과 미국,러시아 등에 자리잡은 물류센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해외법인의 물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해 재고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중국 난징 신항개발구에 8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한 데 이어 폴란드에 총 2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환율과 금리,유가 변동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글로벌 금융센터'를 세웠다.

2006년까지 운영한 암스테르담,뉴저지,베이징 등의 지역금융센터를 통합한 것으로 LG전자는 세계 금융시장과 원자재시장 변화에 즉각 대처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법인의 자금 입출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으로 82개 해외법인의 금융조직을 연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경우 2006년 기업 회계에 영향을 주는 직·간접적인 요인을 사전 통제하고 평가할 수 있는 FAIR(Finance & Accounting Information Reliability)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팀 단위로 관찰할 수 있어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