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불교학자나 스님이 아닌 사람들이 쓴 불교책들이 잇따르고 있다.

개인적인 관심이나 신앙심에서 공부를 해온 이들이 펴낸 경전번역서,수행안내서,명상록 등은 내용이 비교적 쉽고 생활의 지침이 되는 것들이 많아 주목된다.

저자들의 직업도 현직 판사에서부터 물리학자,천문학자,재가수행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광주시법원에 근무하는 김윤수 판사(57)는 최근 두 권의 묵직한 번역서를 냈다.

일체 중생이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는 여래장(如來藏) 사상을 담은 '여래장 경전 모음'(한산암)과 '개정판 육조단경 읽기'(한산암)이다.

'여래장 경전 모음'은 대승불교 사상의 한 갈래인 여래장 사상을 최초로 논한 '대방등여래장경'을 비롯해 '불설부증불감경''승만경' 등 7종의 경전을 우리말로 번역해 원문과 주석까지 함께 실었다.

김 판사는 2003년 '육조단경 읽기'를 시작으로 '반야심경.금강경 읽기''주석 성유식론''불교는 무엇을 말하는가' 등 불교 주해서를 잇달아 펴내 화제가 돼 왔다.

그가 불교에 심취한 것은 변호사로 일하던 10여년 전부터다.

미국 심리학자가 쓴 윤회설 관련서를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윤회사상에 대한 관심은 경전 공부로 이어졌고 이제는 경전을 통해 대중들을 불법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67.지구물리학)는 명나라 고승 우익지욱 대사(1599~1655년)가 정토신앙의 핵심이 담긴 아미타경을 해설한 '아미타경요해'를 우리말로 옮긴 '왜 나무아미타불인가'(불광출판사)를 출간했다.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40대 중반에 당시 송광사 주지였던 현호 스님을 만나 불교에 입문한 이 교수는 '아미타불'을 소리 내어 부르는 칭명염불을 20년 이상 수행 방편으로 삼아왔다.

이 교수는 16세기 중국의 학자 원요범이 쓴 '요범사훈'을 20세기 대만의 정공법사가 강설한 내용을 번역한 '운명을 바꾸는 법'(불광출판사)을 2006년 출간하기도 했다.

또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를 지낸 이시우 박사(71)는 우주현상을 불교사상으로 풀어낸 명상집 '별처럼 사는 법'(우리출판사)을 지난해 말 내놨다.

불교에 심취해 정년을 5년 앞둔 1998년 서울대에서 퇴직한 이 박사는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천문학자,우주에서 붓다를 찾다''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등을 잇따라 펴냈다.

또 국토개발연구원장을 지낸 황명찬 건국대 명예교수(72)는 30여년 전부터 불경을 보며 틈틈이 수행해온 경험을 토대로 '마음-붓다와 선사들의 가르침'(지혜의나무)을 최근 펴냈다.

황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이해한 붓다와 선사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전해준다.

또 재가수행자로서 한 우물을 파온 이들의 노작도 눈여겨 볼 만하다.

남방불교 수행법인 위파사나 수행자인 김열권씨는 지난해 9월 태국의 고승 붓다다사 스님(1906~1993년)의 '붓다의 호흡법,아나빠나삿띠'(불광출판사)를 번역출간했다.

또 무역업에 종사하다 삶에 대한 참회가 일어 마음공부를 시작한 이동호 순일수련원장은 마음공부의 목표와 방법을 제시한 '깨달음'(좋은책만들기)을 최근 내놓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