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예정자 6명 중 5명 불출석..신병확보 고심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참고인들이 잇따라 불출석 입장을 통보하면서 참고인 소환 조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검팀은 `BBK 특검법'의 동행명령제가 위헌 결정이 난 뒤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특검팀에 따르면 이날 차명계좌 명의를 빌려주고 비자금 조성 및 운용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 임원 6명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3명이 공교롭게도 `복통'이 났다는 이유로, 다른 2명은 외국 손님과 미팅이 있다는 이유로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긴 뒤 출석 불가를 통보, 삼성물산 임원 1명만이 오후 2시께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

게다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인물로 알려진 전략기획실 소속 최모 부장은 특검이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병가를 낸 뒤 잠적한 상태고 최 부장과 함께 자택이 압수수색 된 김모 부장 역시 지난해 11월 출국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팀은 헌법재판소가 `BBK 특검법' 가운데 동행명령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참고인 소환을 위한 뚜렷한 강제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행명령제는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특별검사가 해당 참고인을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는 있는 조항이다.

동행명령제 위헌 결정은 비록 `BBK 특검법'에만 적용되는 조항이지만 삼성특검팀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같은 사항에 대해서 위헌이 났기 때문에 우리도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할 때 현행법상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울 토로했다.

특검팀은 삼성측과 소환일정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는 것과는 별도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 자료와 수사 성과를 근거로 소환 불응자를 `압박'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중요 자료가 인멸되거나 최소한 주요 참고인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혐의가 짙은 핵심 참고인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해 검거에 나서고 추가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강제적인' 방법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특검팀은 삼성전자 전직 임원 최모 전무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한 뒤에도 출금 해제 요구를 거부했고 최 전무는 출금 조치가 위법하다며 서울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바 있다.

특검팀은 현재 최 전무에 대한 출금조치를 해제했지만 상당수는 해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 "(연락이 두절된 일부 관계자의) 소재를 파악 중"이라며 "꼭 조사를 해야겠다고 생각되면 적절한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말해 신병 확보를 위한 체포영장 청구 또는 지명수배 등 강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