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5일 새벽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와 전산센터 2곳 등 3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다.특검팀은 또 삼성의 해외 미술품 구매를 대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55ㆍ여)를 소환해 조사했다.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이 벌어진 이날은 공교롭게도 삼성화재의 창립 56주년 기념일이어서 당초 예정된 기념식이 취소된 것은 물론 회사 업무도 차질을 빚었다.

특별수사관 20여명은 이날 오전 3시30분께 삼성화재 본사 사옥과 서울 수유리 삼성화재 전산센터,그룹 전체의 전산자료가 보관돼 있는 과천 삼성SDS e데이터센터 등 3곳에 들어갔다가 저녁 8시께 종이상자 27개 분량의 각종 문서와 자료를 들고 나왔으며 회계전산 자료도 내려받았다.'삼성화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빼돌려 연간 1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부고발자의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특검팀이 주력 계열사의 기업설명회(IR)에 이어 창립기념일에 압수수색에 나선 데 대해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삼성화재 관계자는 "본사 사옥에서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기념식을 갖고 근속상 모범상 공로상 등을 수여할 예정이었다"며 "안타깝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기업설명회에서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달러(글로벌 연결 기준)를 돌파했다는 '뉴스'를 내놓았지만 특검의 압수수색으로 빛이 바랬다.

이건호/박민제/오진우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