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명박 정부'의 조직 개편 및 기능 조정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가공무원법과 지방분권특별법,지적법,지방세법,민방위기본법 등 12개 부수 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날 예정됐던 재정경제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간 의사 일정이 합의되지 않아 반쪽회의가 되거나 아예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재경위에는 금융위원회 신설을 담은 금융감독기구 설치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이,법사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회부된 상태다.

이날 행자위 회의에서는 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 간 신경전이 계속됐다.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개편안은 작고 효율적이며 실용적인 정부가 실타래처럼 얽힌 각종 규제를 풀어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새 정부가 출발하는 시점에 초당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최규식 신당 의원은 "개편안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소정의 토론 절차를 거치는 것을 '새 정부 발목잡기' 식으로 몰아가는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인수위가 만든 대(大)부처 체제는 부처 수를 줄이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나 업무량이 많아 한명의 장관이 업무를 관장하기 어렵다"면서 "1년 지나면 장관 밑에 또 담당 장관을 두게 돼 무수한 장관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재완 인수위 정부개혁 TF 팀장은 "현재 정부가 하는 일을 생각하면 그럴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는 쓸데없는 지방자치 간섭과 규제를 대폭 털어버릴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신당 의원들은 또 개편안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이인영 의원은 경제가 나아지길 기대하는 국민 심리를 이용한 상업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정성호 의원도 "개편안 처리 시한을 1월28일로 못박은 것은 매우 정략적"이라며 "'범여권이 발목잡기를 하니 다수당을 달라'고 하는 전형적인 총선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은 "인수위 안은 한나라당이 이미 작년 3월부터 집중 논의한 것을 종합한 것"이라고 맞섰다.같은 당 김기춘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통일부 없으면 통일 안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신당이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수정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관련,"본래 취지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는 만큼 2월 초에는 반드시 통과돼 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신당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신당 대표는 "이명박 당선인이 국회에서 개편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차관들과 일하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오만한 자세를 보여서는 결코 안된다"며 "그런 자세로는 결코 정부조직법이 원만하게 통과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