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04년 버려진 옛 한보철강을 인수해 제대로 된 제철소로 탈바꿈시킨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가(家)의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소(고로) 건설사업도 현대제철의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가속이 붙고 있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24일 여의도 우리투자증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제철소 건설 현황을 묻는 질문에 "벽해(碧海)가 상전(桑田)이 되고 있다"는 말로 '순항 중'임을 강조했다.

바닷가의 버려진 땅(벽해)이 제철소를 떠받치는 옥토(상전)로 거듭나고 있다는 얘기다.

자금ㆍ인력ㆍ기술 등 제철소 건설을 위한 '3박자'가 지금까지는 착착 맞아들어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호재가 더해졌다.

현재 속도라면 2010년 초 충남 당진의 용광로에선 연간 400만t규모의 쇳물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실적으로 승부한다

현대제철의 작년 매출은 7조38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인 2006년(5조4812억원) 대비 34.7%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도 5917억원에서 6696억원으로 13.2% 불어났다.

영업이익률은 9.1%로 전년(10.8%)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이는 철스크랩(고철) 등 원자재값 폭등 때문이다.

철강제품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2006년 929만t에서 2007년엔 1133만t으로 22.0% 증가했다.

판매량 역시 같은 기간 914만t에서 1125만t으로 23.0% 불었다.

철강제품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사상 처음 1000만t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현대제철은 올해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자신했다.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7조7802억원으로 잡았다.

원자재값 급등,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 악재가 산적해 있지만 목표 달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건설수주액과 조선건조량 자동차생산량 등 철강 수요를 결정하는 주요 지표들이 올해 모두 상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초에 제품가격까지 인상됐기 때문에 올해 실제 매출은 목표치(7조7802억원)를 웃도는 8조원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관제철소 자금조달 '이상 무'
현대제철 창사이래 최대 실적

일관제철소 건설에 들어가는 총 투자금액은 5조2400억원.이중 절반가량인 2조6000억원은 외부 자금으로 수혈한다.

미국발(發) 신용경색 우려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차질은 없을까.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영곤 부사장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작년 한햇동안 이미 6000억원 이상이 계획대로 유입됐고 10억달러 규모의 수출신용금융(ECA) 협상도 다음달 중 완료될 예정"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자금조달 금리가 조금 올랐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3대 신용등급 평가회사가 현대제철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올린 것도 자금을 조달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의 신흥증권 인수로 인한 자금 부담 우려도 '기우'라고 일축했다.

박 부회장은 "일관제철소라는 대형 투자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많은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공격적인 경영전략

현대제철은 올해 총 1조9635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투자규모(8638억원)를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박 부회장은 "국내외 어디든 최고가로 판매할 수 있는 지역으로 물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작년 20만t이었던 수출량도 40만t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의 높은 관심도 현대제철의 행보에 힘을 싣는다.

박 부회장은 "올해에는 정 회장의 당진 나들이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며 "정 회장이 하루 이틀 정도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