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지난 22일 수능등급제 사실상 폐지,수능과목 축소,수능 외국어영역을 대체하는 토플식 영어시험 도입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는 3단계 대입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대입 자율화 정책은 사교육비를 줄여보겠다는 목적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사교육이 담당하던 기능을 학교 안에서 이뤄지도록 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복안이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과 사교육업계에서는 대입 자율화방안에도 불구,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려 '사교육비'를 둘러싼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중산층의 영어 유학비는 늘어

차기 정부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되는 분야는 영어교육이다. 과학 수학 등의 과목까지 영어로 가르치는 이른바 몰입교육이 일반 인문계고에 도입되고,수능 외국어영역을 대체하는 토플식 영어시험이 신설되는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같은 정책이 나온 것은 한해 3만500명의 초ㆍ중ㆍ고교생이 조기유학을 떠나고 방학마다 1만여명의 학생이 단기 어학연수에 나서는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서다.

전문가들도 인수위의 주장대로 학교 영어교육의 수준이 높아질 경우 1~2년간 한국을 떠나는 조기유학의 수요는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학교의 영어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사교육이나 방학을 이용한 단기연수 등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시사유학원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조기유학은 주로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정에서 선택하는 대안"이라며 "단기연수나 학원에 의존하는 중산층 이하는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식 토플 관련 학원 생길 듯

수능에서 별도의 영어시험을 분리해 국가 주관의 토플식 시험을 신설한다는 계획과 관련,'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기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초구 A어학원의 김모 상담실장은 "토익ㆍ토플 형태로 시험이 바뀌고 일부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면 영어회화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다른 공약들도 영어 사교육시장을 활성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논술 가이드라인'의 폐지로 영어로 된 지문이 출제되면 고교 수준의 영어 에세이 시장이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영어교육 연령이 낮아지면 '영어 태권도''영어 스토리텔링'과 같은 영어와 다른 과목을 연계한 '퓨전시장'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입 시장'은 탄탄대로

이 당선인의 이른바 '300프로젝트'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 100개와 기숙형 공립고 50개 등이 신설되면 이 학교를 노리는 중학생들을 중심으로 '신(新)고교 입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목고의 설립 인가권한이 시ㆍ도 교육청으로 넘어가 특목고를 추가로 신설할 수 있게 되는 것도 '고입 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학원 창업컨설팅 업체인 학원창업경영의 박정석 대표는 "공립학교인 기숙형 공립고가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한다고 해도 중학교 내신과 관련된 사교육시장이 활황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과목 축소 효과 '글쎄'

사교육비 감소를 위해 인수위가 결정한 사안 중 하나가 수능 과목의 축소다.

시험을 치르는 과목을 줄이면 사교육비도 학생들의 부담도 줄어든다는 것이 인수위의 생각이다. 하지만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이인자 유웨이중앙교육 과장은 "학생들이 언어나 수리 영역 같은 주요 과목은 수강료가 비싼 오프라인 학원을,탐구영역은 저렴한 온라인 교육사이트를 이용한다"며 "수강료의 비중으로 보면 탐구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선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입 정시가 사실상 수능으로만 치러지면 대학에 다니면서 재수를 준비하는 '반수생'이 급증해 재수시장이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재수생은 내신,논술,수능을 모두 준비해야 했던 이전의 재수생과 달리 수능에서만 '대박'을 터뜨리면 대학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형석/성선화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