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은 가격인상 수단?

23일 홈플러스 영등포점 치약 판매 코너.손을 뻗으면 쉽게 닿을 수 있는 '황금 매대'엔 한 개당 4000원에 달하는 슈퍼 프리미엄급 치약들이 즐비하다.

세 개에 3300원인 일반 치약은 맨 밑의 칸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샴푸 코너 역시 마찬가지.한 개에 1만원을 훌쩍 넘는 샴푸들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돼 있었다.

생활용품업계의 선두 업체들이 앞다퉈 '프리미엄급'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작년 한 해 프리미엄급 상품으로 '재미'를 보자 애경산업도 올해 신상품 전략의 화두를 '프리미엄'으로 정했다.

대형마트들이 PL(자체 상표)을 통해 가격 공세의 고삐를 조이는 데 대한 차별화 전략이라는 게 제조업체들의 설명이다.


◆샴푸ㆍ치약 시장 '슈퍼 프리미엄' 쏟아진다

가격 상승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샴푸 시장이다.

LG생활건강이 작년 4월 1만1900원(600㎖)짜리 '리엔'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업체들마다 초(超)고가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P&G가 일반 샴푸보다 2배가량 비싼 400㎖에 7900원짜리 상품을 내놨고,애경 역시 기존 제품 대비 14% 값을 올린 '캐라시스 오리엔탈'을 선보인 것.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누구나 3000원짜리 샴푸를 쓰던 데서 2002년을 전후로 6000원짜리 고가 샴푸가 등장해 1차 프리미엄화가 진행됐다면 요즘 샴푸 시장은 2차 프리미엄 전쟁이 한창"이라며 "이들 슈퍼 프리미엄급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불과 1년 만에 10%까지 치고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의 '리엔'은 작년 말 기준으로 이 회사 전체 샴푸 매출에서 12%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치약 시장 역시 작년 11월 LG생활건강이 '페리오 덴탈쿨링'(7500원,100ㆍ짜리 2개)을 출시하면서 '업그레이드' 전쟁에 불이 붙었다.

◆유통업체 PL 가격 공세에 '프리미엄'으로 대응


제조업체들이 비싸게 팔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건 유통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은 작년 말 이마트가 3000여 종의 PL을 내놓자 "어차피 잘 된 일"이라며 "경쟁업체들이 대형마트와 저가 상품 시장을 놓고 싸우는 사이 우리는 프리미엄 상품에서 이익을 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1,2위 제조업체들만 살아남고 나머지 기업들은 유통업체 PL 납품 회사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비슷한 가격대의 생활용품을 쓰는 게 지금까지의 상황이라면 앞으로는 샴푸,치약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프리미엄 제품 선호 현상에 편승,포장만을 바꿔 지나치게 값을 올려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A사가 지난해 선보인 1만5000원짜리 치약은 3000원짜리 기존 제품과 성분이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만 바꿔 가격을 올려 받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