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23일 "조선 철강 등 한국의 제조업이 현재 외형상으로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경쟁 기반은 취약한 상태"라며 '제조업 위기론'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우리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회장은 국내 제조업 호황이 자체 경쟁력보다는 세계 경기 호조와 아시아 중산층 인구 증가 등 외적 요인에 기댄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이 1990년대 3.2%에서 2000년대 들어 3.7%로 높아지고,수출 증가율이 같은 기간 5.7%에서 11.0%로 급등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노력에 비해 큰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외적 변수 때문에 국내 제조업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뿐 꼼꼼히 뜯어보면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2004년 7.6% △2005년 6.1% △2006년 5.3%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 회장은 국내 제조업이 이처럼 실속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생산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꼽았다.

한국의 제조업 평균 임금은 2000년 1386달러에서 2005년 2331달러로 11.0% 올랐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오히려 0.5% 정도 임금이 떨어졌고 경쟁국인 싱가포르와 대만은 각각 3.6%와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회장은 취약한 국내 연구개발(R&D) 여건도 제조업 위기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O) 대비 R&D 투자비중은 세계 4위권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돈 안되는 연구'에만 헛심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정부 주도의 R&D 사업화율이 21%에 그치고 공공기관ㆍ대학에서 기업으로 기술이 이전되는 비율이 2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R&D 성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런 제조업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대학의 육성'을 꼽았다.

그는 "초일류대학이 있어야 초일류 기술이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초일류 기업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의 혁신 방식에 대해서도 변화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수많은 기업이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벤치마킹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눈에 보이는 생산방식을 베끼는데 급급하기 보다 종업원의 마음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조직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