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안 앞바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의 과실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합리적 대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해양부 장관실에서 삼성중공업 김서윤 전무(경영지원실장.CFO) 등 관계자들을 만나 이번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일간지에 사과문을 내는 데 그치지 말고 도의적인 책임을 절감, 사실상 배상방안을 의미하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강 장관은 "정부는 생계지원자금을 내놨고, 국민은 성금을 내놓은 마당에 삼성중공업이 일간지에 사과문 낸 것 외에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삼성중공업에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고 국민이 지적하고 있는 만큼 법적인 해결만을 바라지 말고,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수차례의 비공식 접촉 결과 삼성중공업 측은 사고에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상법에 규정된 선주책임제한 30억원 이내에서만 피해보상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 갖고는 도의적 책임을 다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다른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김 전무는 이에 대해 "국민에 심려를 끼쳐서 미안하고 이런 사안으로 만나게 돼 죄송하다"면서 "방제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주민 생계와 서해안 생태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보상 관련해서는) 계획은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해양 유류오염 사고는 사고 경위 등을 떠나 1차적으로 사고 선박(허베이 스피리트호)이, 2차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이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이번 사고의 경우 홍콩선적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가입한 선주상호(P&I) 보험인 `중국P&I와 SKULD P&I'가 1천300억원까지 1차 배상 책임을 지고 이 배상액을 초과할 경우 IOPC펀드가 1천700억원을 추가해, 최대 3천억원까지 배상한다.

다만 삼성중공업이나 유조선 측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인한 `중과실'이 드러날 경우 상법상 피해규모가 3천억원을 넘더라도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번 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양측에 무리한 항해와 충돌위험 회피노력 결여 등 `업무상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양측 모두를 기소했을 뿐 중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보류했다.

삼성중공업과 유조선 측의 중과실 여부는 민사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정부는 그 과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에 따른 보상을 먼저 해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