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멕 휘트먼 이베이 회장(51)이 물러난다.

휘트먼 회장은 오는 3월 취임 10주년에 맞춰 물러날 결심을 굳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관계자들을 인용해 22일자에서 보도했다.후임엔 이베이의 경매사업 부문 사장을 맡고 있는 존 도나후(47)가 유력하다.도나후는 휘트먼 회장이 2005년 경매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휘트먼 회장의 퇴진 결정은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전설'이 사라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휘트먼은 1998년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베이의 CEO 겸 회장으로 취임한 뒤 이베이의 고속성장을 주도했다. 실리콘밸리의 인터넷산업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된다.뿐만 아니라 미국 내 대표적인 여성 CEO로 인식되고 있어 그의 퇴진은 여성들의 CEO 진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휘트먼이 퇴진을 결정한 것은 개인적인 사정 외에 최근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이베이의 경매사업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연간 매출액 60억달러 중 3분의 2를 인터넷 경매에 의존하고 있는 이베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경매사업 부문이 정체를 보이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따라서 경매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도나후에게 CEO를 맡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휘트먼은 1998년 3월 이베이를 맡은 후 직원 30명의 작은 벤처회사를 가장 성공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키워냈다.이베이는 1998년 9월 기업공개(IPO) 후 40분기 연속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이익도 매년 늘어났다.현재 이베이는 전 세계적으로 2억4800만명의 사용자가 등록돼 있고 상장 당시 주당 1.97달러였던 주가는 21일 현재 28.33달러까지 올랐다.인터넷 보급 확산으로 초기 이베이 매출은 세 자릿수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최근 몇 년 새 30%대로 낮아지면서 성장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이베이는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인도와 중국 등지에 서둘러 웹경매 사이트를 개설했고,온라인 티켓 판매와 인터넷 전화회사 등 다른 비즈니스들도 인수했다.그러나 지난해 이베이는 스카이프라는 인터넷 전화회사 인수 후 14억달러를 상각해야만 했고 경쟁사인 아마존 등에서 이베이의 주요 판매상들을 끌어가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휘트먼은 이베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회사의 참신한 전략과 성장을 위해서 CEO는 10년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공언했다.오는 3월이 그의 취임 10년이다.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도 퇴진을 결정한 주요한 이유로 보인다.주변 사람들은 휘트먼이 이미 오랫동안 퇴진에 대비해 후계자 양성을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그는 이베이의 잠재적인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 임원들에게 각기 다른 역할을 돌아가며 맡도록 했다.또 사업의 큰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내용들은 임원들이 자기 책임하에 결정하고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