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폭락으로 펀드 투자자들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단 이틀 사이에 코스피지수가 120포인트 급락하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처 대응 전략을 짜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펀드환매가 몰리고 있지 않지만 추가 조정을 받을 경우 환매요청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펀드런 가능성 있나

22일 은행과 증권사 등 펀드판매 창구에는 환매 문의가 크게 늘었다.강한신 하나대투증권 이수역지점장은 "환매시기를 저울질하는 고객들의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환매요청은 많지 않았다"며 "주가 하락이 어느 정도에서 멈출지에 관심이 컸다"고 전했다.

한화증권 강남프라자점 영업직원도 "오늘 하루 환매와 관련된 투자자 문의를 50통 정도 받은 것 같다"며 "내일은 추가 하락이 있더라도 이틀간 크게 내렸기 때문에 급락은 없을 거라고 자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국내 주식형 가입자의 경우 단기간에 수익률이 급감한 탓에 대부분 환매시기를 놓친 채 반등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라며 "다만 해외펀드는 손실률이 큰 지역과 일부 테마펀드에서 자금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코스피지수대별로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액은 1200∼1400대가 19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1800∼2000선이 14조원으로 추정됐다.이 증권사의 김학균 연구원은 "1800선 이상에서 들어온 자금도 상당하긴 하지만 과거 '바이코리아' 시절만큼 고점에 일방적으로 쏠리지 않아 '펀드런' 부담은 아직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주식형펀드 잔액 중 매월 일정액씩 자동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적립식 비중이 42%에 달하는 것도 버팀목이 되고 있다.실제 코스피지수가 2.40% 하락해 지수가 1700선까지 밀렸던 지난 16일의 경우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728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21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손실률이 14%에 이르고 있어 조정이 길어질 경우 환매욕구가 커질 가능성은 잠복해 있다.주가가 급락한 21일과 22일 환매규모가 집계되지 않았고 1600선까지 떨어진 지수가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면 환매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피델리티가 펀드매니저들에게 환매에 대비해 운용자산의 2%가량을 현금으로 보유하도록 권유하고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해 긴장감이 고조됐다.이와 관련,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대책반을 구성하고 펀드 대량 환매 등 시장상황에 대한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해외펀드 수익률 무차별 추락

세계증시의 동반 급락으로 해외펀드도 부진에 빠졌다.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중국펀드는 평균 21.51%,일본펀드는 19.74% 손실을 입어 가장 타격이 컸다.일본펀드의 경우 최근 6개월 손실률이 25.82%에 달했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남미펀드도 지난 3개월간 15.10% 손실을 입었고 글로벌(-13.10%) 아시아(-12.95%) 친디아(-9.74%) 브릭스(-6.56%) 등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해외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로 고꾸라졌다.인도만 유일하게 3개월 기준으로 15.49% 수익을 내고 있지만 최근 1개월간 -0.05%,1주일간 -6.21%로 단기 성적은 역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저조한 수익률로 일부 펀드에선 자금 유출도 일어나고 있다.해외리츠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1793억원 감소했고 글로벌(-1969억원) 유럽(-788억원) 일본(-658억원) 등의 상품에서도 자금이 빠졌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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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펀드런(Fund run)=펀드 수익률 악화를 우려한 가입자들이 일시에 환매를 요청하는 현상을 말한다.은행이 예금지급 불능 사태에 빠질 것을 우려해 가입자들이 일시에 예금 인출에 나서는 '뱅크런(Bank run)'에서 따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