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4일부터 호남을 시작으로 권역별 민생 현장 챙기기에 나선다.

각 지역을 직접 돌면서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민생투어'에 돌입하는 것.그는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현장'으로 기업인들을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대화를 나눴다.

이 당선인은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매일 이른 아침부터 업무를 개시하도록 하는 등 공직사회의 관행을 바꾸었다.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새벽형 인간'이다.

이 당선인의 이런 모습은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20년이상 함께 일하며 현대가(家) 특유의 업무 스타일인 새벽회의와 현장경영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이 당선인을 지켜본 사람들은 여러모로 정 명예회장과 '닮은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지독스러울 정도로 철저하게 현장을 챙기고 지시한 것은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가졌다는 점에서다.

이 당선인은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정 명예회장도 생전에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정 명예회장이 오전 7시3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해 일을 시작한 것처럼 인수위도 오전 7시30분에 업무를 개시한다.

물론 휴일은 따로 없다.

이 당선인은 일이 터지면 브리핑이나 회의를 물리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현장,이천 냉동창고 화재현장,고 최요삼 선수 빈소 등은 당초 일정을 바꾸면서 방문했다.

"현장 가봤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지난 18일 인수위 간사단회의에 참석해 "페이퍼(서류작업)로만 하면 안 되고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고쳐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고 사무실에서 떠들어봐야 기업하는 사람들은 믿지도 않고 웃는다.

말로 하면 안 된다.

책임자가 현장에 들러야 한다"고 여러 차례 '현장'을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의 현장경영도 지독하고 철저했다.

1962년 7월 단양 시멘트공장이 착공되자 준공 때까지 24개월간 매주 일요일이면 야간열차 편으로 현장에 달려가곤 했다.

경부고속도로 공사 때는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작업을 지휘했다.

현대조선소 건설 당시 새벽 3시에 혼자 차를 몰고 현장 순시를 하던 중 바다에 빠졌다가 겨우 구조된 일도 있었다.

지시한 일을 반드시 확인하는 점이나 부하직원들을 무섭게 '닦달'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정 명예회장은 자서전에서 "나는 누가 뭐라든 내 철저한 확인과 무서운 훈련,끈질긴 독려가 오늘의 현대를 만들었다고 믿는다"고 회고했다.

이 당선인은 요즘 곧잘 인수위의 업무성과가 미진하고 속도도 느리다며 위원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도 임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느슨한 면이 보이면 "뭐하러 출근했어"라고 다그쳤다.

긍정적인 사고관을 가졌다는 점도 유사하다.

정 명예회장이 부하직원들에게 끊임없이 "해봤어?"를 외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텅빈 백사장을 찍은 사진 한 장만 들고 26만t짜리 배 두척을 수주했고,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까다롭고 보수적인 영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을 얻어낸 그였다.

이 당선인도 같은 철학을 지녔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신년 하례회에서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면 된다.

이유만 대면 될 게 하나도 없다.

한번 해보자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78년부터 6년간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의 비서를 지냈던 노치용 현대증권 부사장은 "이 당선인은 일을 할 때 안 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전했다.

'발상의 전환'에도 능숙하다.

길이 322m의 23만t급 고철 유조선을 바닷속에 가라앉혀 서산간척사업을 성공시킨 '유조선 공법'은 정 명예회장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이 당선인도 발상의 전환 면에선 뒤지지 않는다.

외국인 공무원 채용 추진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최근 민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법을 고쳐서 외국인도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