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로부터 2월1일 저녁에 출발하는 유럽행 항공권을 구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설 연휴 3주 전부터 비행기표가 동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올 설 연휴 기간 중 사상 최대의 해외여행객이 몰리면서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설 연휴가 수~금요일(2월6~8일)인 만큼 4일(월)과 5일(화)에 휴가를 내면 앞 뒤 주말을 합쳐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너도나도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어서다.
◆사상 최대의 항공권 대란
20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기간(2월6~8일) 예상 출국자 수는 12만9298명으로,작년 설 연휴기간(10만3400명)보다 25% 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말을 포함한 2월6~10일 사이 출국자 수는 20만8551명으로 예상됐으며,2월1~10일에는 무려 40만2668명이 '인천발(發) 항공기'에 몸을 실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 기간 출국자 수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인기 휴양지로 향하는 항공권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예약이 거의 끝났다.
대한항공의 경우 2월5~6일 제주로 출발하는 항공권은 100% 예약됐으며,2월1일부터 8일까지 중국 및 동남아행 항공권 예약률도 일제히 95%를 넘어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약률이 95%를 넘었다는건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몇 자리만 남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제주 베이징 상하이 오사카 예약률이 100%를 기록하는 등 주요 휴양 노선에 대한 예약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설 연휴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자 항공사들은 작년 설 연휴 때보다 전세기를 크게 늘렸지만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번 설에 홍콩(12회) 도쿄(7회) 방콕(2회) 하노이(2회) 등 10개 노선에 전세기를 39회나 띄우는 등 작년 보다 전세기 운항편수를 2배 이상 늘렸고,아시아나 역시 도쿄 홍콩 방콕 등으로 향하는 임시편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권을 구해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예약이 끝나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를 '고향가는 날'이 아닌 '겨울휴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명절 출국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긴 연휴를 해외 휴양지에서 보내기 위해 아예 신정을 쇤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미국도 간다"
올해 설 연휴 '해외 나들이'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유럽 호주 등 장거리 여행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실제 연휴 초인 2월1~2일에 유럽과 미주로 떠나는 대한항공 항공기 예약률은 93~99%를 기록하고 있으며,아시아나항공의 뉴욕 LA 프랑크푸르트행 항공기 예약률 역시 90%대로 작년 설 때보다 2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긴 연휴를 이용해 연휴 초인 2월1~4일에는 미주 유럽 호주 등 장거리 여행객 비중이 전체의 1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명절 때 장거리 여행객이 이렇게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적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2월 초에 출발하는 장거리 여행상품의 가격을 2월5일 이후에 출발하는 상품에 비해 10만~15만원 비싸게 받고 있지만 대부분 '매진'된 상태다.
실제 2월1일에 출발하는 하나투어의 '호주ㆍ뉴질랜드 남북 섬 10일' 상품은 두달 전부터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해 이달 초 판매가 끝났다.
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여행자 가운데 상당수는 긴 설 연휴를 이용해 미국 유럽 등으로 유학간 자녀를 만나러 가는 '기러기 아빠'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올 설에는 경부고속도로 못지않게 인천공항고속도로도 붐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