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 올해 처음으로 56만원대를 돌파했고 하이닉스는 12.13%나 급등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시장전망치를 크게 웃돈 데다 반도체 가격 급락에 따라 감산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증시 격언처럼 최근 반도체 가격은 원가 이하 수준까지 빠져 1분기 최악의 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이를 선반영해 1분기에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반도체주 기지개

삼성전자는 이날 3만원(5.66%) 오른 56만원에 장을 마쳤다.

작년 12월27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코스피지수가 급락세를 이어온 이번 주 나흘 중 사흘 동안 올랐다.

외국인은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바꾸지 않고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전일까지 11거래일 중 8거래일간 사들였다.

이 기간에 사들인 물량은 44만주(2400억원)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또 이달 연기금 최대 순매수 종목에 당당히 올랐다.

지난해 중국 관련주의 위세에 눌려 순매도 상위 종목에서나 찾을 수 있었던 것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삼성전자 상승에 고무된 하이닉스도 2650원(12.13%) 오른 2만4500원에 마감,지난 3일 이후 최고로 올랐다.

이날 상승은 미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3.13% 오르면서 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상승 반전에 성공한 덕분이다.

서도원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바닥을 헤매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고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D램 감산과 설비투자 연기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 프로모스는 2월 초 설 연휴 10일간 12인치 D램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독일 키몬다도 싱가포르에 있는 신규 라인의 장비 반입을 연기했다.

◆IT주 주도권 회복할까

D램 가격 반등 가능성에 힘입어 반도체주 주가 회복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제조원가나 현금 보유 상태,원가 절감 능력 등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감산을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요 측면에서도 1기가바이트 모듈이 18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연구위원은 "주가는 이미 바닥권"이라며 "올 2분기부터는 삼성전자의 상승랠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오는 4분기 2조4000억원에 이르며 올 전체로는 6조9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과 서 연구위원은 각각 목표주가 73만원,68만5000원에 '매수' 추천했다.

'매수' 추천 일색인 삼성전자와 달리 하이닉스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저가 매수는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하이닉스에 대해 '중립'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2만~2만2000원 선에서는 매수에 나설 것을 권했다.

그는 "하이닉스는 감산이나 설비 증설 지연 등 D램 업황 개선 징후에 가장 민감한 주식"이라며 "적자나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등 부정적 재료로 주가가 빠지더라도 저가 매수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강세를 시장 주도주 변화의 조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삼성전자를 위시한 IT(정보기술)주의 반등은 더 이상 망가질 게 없다는 역발상의 시각으로 보인다"며 "중국 관련주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