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 증시가 오랫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오름폭이 줄어들며 다소 불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일단 예상대로 기술적 반등이 나와줬다는 점이 반갑기 그지없다.

본격적인 반등을 논하기엔 턱없는 시점이지만 이번주를 고비로 월말로 갈수록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에 희망을 걸어봄직 하다.

분위기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증시가 불안과 우려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 반등의 기대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대형 투자은행들의 부실상각액이 늘어나고 있고 이익 전망치는 급강하하고 있지만, CEO 교체효과나 회계기준 변경 등과 같은 긍정적 변화들도 이제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美 주택시장의 심리지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시장에 안정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투자증권은 "같은 재료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성 확보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에서 회복세가 나타나더라도 과거보다는 그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기술적으로 중요 지점에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인하 등이 예정돼 있는 월말이 중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판단.

정책적 지원을 배경으로 미국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경우엔 국내 증시를 괴롭히고 있는 외국인 매도세도 잦아들 수 있다.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가 당분간은 '사자'로 바뀔 가능성이 낮지만, 풍부한 매수 여력을 가진 기관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기관들도 아직은 지수 하단을 방어해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시장이 안정되고 이들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되면 반등의 폭을 의미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실제로 반등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경계심을 버릴 수가 없다.

교보증권은 "지지선에 대한 긴뢰가 확고하지 않다는 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단기내 해소되기 힘들다는 점 등에서 보수적인 시각은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저점과 고점이 낮아지는 제한적인 흐름 속에서 본격적인 반등은 美 금융주의 주가가 추세적으로 반등할 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시점은 투자은행들의 모기지 손실이 상당 부분 재무제표에 반영될 올 1분기 어닝시즌 이후가 될 것으로 판단.

그 때까지는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고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겠지만 아직 주식시장을 떠날 시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전문가들은 지수가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에 나설 경우 이를 포트폴리오 재편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대상은 펀터멘털 대비 낙폭이 큰 종목들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조선과 기계, 화학, 운송 등 중국 관련주들은 줄이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IT와 자동차,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건설, 철강 등의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