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은행권 엔화 대출이 1년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저금리 매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엔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속속 상환에 나서는 양상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5개 주요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15일 현재 8천684억엔으로 전월말에 비해 57억엔 감소했다.

2006년 11월말 대비 감소폭은 2천751억엔(24.1%)에 달하고 있다.

엔화대출 감소에는 금융당국의 외화대출 규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은행의 엔화 대출은 2005년말 7천310억엔에서 2006년 11월말 1조1천435억엔으로 4천125억엔(56.4%) 급증했지만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외화대출 공동 검사에 나서면서 감소세로 전환됐다.

작년 초까지 근 3년간 하락세를 보이던 원.엔 환율이 장기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엔화대출이 감소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엔화 대출은 금리가 1~3% 수준으로 원화 대출보다 크게 낮은 점이 매력이지만 원.엔 환율이 급등할 경우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작년 7월 100엔당 740원대로 급락한 뒤 오름세로 돌아선 원.엔 환율은 15일 전날보다 100엔당 18.00원 급등한 885.80원을 기록하며 2년2개월만에 880원대로 올라섰다.

만약 작년 7월 엔화로 100억원(13억5천만엔)을 차입했다면 상환해야 할 원금은 119억7천만원으로 19억7천만원 불어나게 된다.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 창구에는 엔화 대출 기업들의 대출 상환과 환율 전망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미국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대폭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미.일간 금리차 축소로 엔화가 강세를 지속할 수 있어 엔화 대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강지영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700원대 까지 급하게 떨어진 데 따른 반작용으로 상승도 급하게 이뤄지고 있어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반응에 따라 하루, 이틀 사이에도 900원대로 상승할 수도 있다"며 "올 상반기까지는 원.엔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엔화 현금흐름이 없는 기업들은 신규 대출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