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씨티그룹 SOS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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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회사들의 중국 자본에 대한 구조 요청에 급제동이 걸렸다. 씨티그룹은 중국개발은행에서 20억달러를 투자받으려 했으나 중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투자손실에 시달리는 월가 금융회사들의 자본조달 대상은 중동 국부펀드 등으로 좁혀지게 됐다. 씨티그룹 등은 작년 4분기에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 경기침체(recession) 우려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씨티그룹 추가 수혈에 브레이크
씨티그룹은 중국개발은행에서 20억달러를 투자받으려 했으나 중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이에 따라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쿠웨이트투자청 및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등으로부터 100억달러의 자본투자를 끌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 확대에 시달리는 월가 금융회사들은 자본 확충을 위해 최근 중동 및 중국의 국부펀드에서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12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에서 50억달러를 유치했다. 베어스턴스도 중국중신증권에서 10억달러를 끌어들였다.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작년 5월 CIC에서 30억달러를 투자받는 등 중국의 월가 금융회사 투자도 활발한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추가 투자에 제동을 건 것은 각국 정부의 경계 심리를 의식해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중국이 월가 금융회사 등에 투자를 확대하자 각국 정부는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문제삼으며 노골적으로 경계 심리를 보이고 있다. 2005년엔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미 석유회사인 우노칼을 13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와 함께 CIC가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이날 현재 31%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도 추가 투자를 망설이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월가,해외 자본 유치 더 힘들어질 듯
이처럼 중국이 추가 투자에 미온적으로 돌아서면서 금융회사들의 자본 유치는 더욱 힘겨워지게 됐다.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투자 손실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작년 4분기에만 200억달러의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을 손실처리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도 각각 100억달러 안팎을 상각처리할 예정이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자본을 확충해야 하지만 중국이 난색을 표명함에 따라 그 대상은 중동이나 싱가포르 국부펀드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미 상원은 월가 금융회사들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배당소득세를 면제해주기 위해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한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상원은 씨티그룹과 리먼브러더스 모건스탠리 UBS 등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는 외국 국부펀드의 월가 진출에 대한 상원의 우려감이 표출된 것으로 추가 자본 유치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편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투자손실로 작년 4분기에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만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배당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