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들에게 '긍정의 최면'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약 한 달 동안 그가 남긴 어록들을 돌아보면 그런 의도가 다분히 묻어난다.

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은 물론 성탄 메시지,군부대 방문 인사말,신년 메시지,시무식 인사말,경제인들과의 간담회 인사말,신년 기자회견문에 이르기까지 "국민은 위대하다""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매번 강조했다.한마디로 '긍정의 힘을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 국민들이여 동참하라'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지난달 20일 가진 당선 기자회견."미래를 향한 긍정적 기운이 온 사회에 펼쳐지도록 해야 한다.'국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성탄 전야 메시지를 통해서는 "국가에는 긍지를 가져오겠다,국민들이 원하는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또 지난 연말 전방 군부대를 방문,"조국이 얼마나 위대하고,국민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군 복무기간 다시 느낄 것"이라고 장병들을 격려했다.같은 날 전한 신년 메시지 역시 "위대한 국민이 만들어 낸,자랑스러운 역사의 전선에 서서 우리 스스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어김없이 낙관론과 'can do' 정신을 주창한 것이다.

최면의 대상에는 자신도 포함시켰다.지난 1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무식에서 "오늘 뜨는 태양은 유난히 크고 붉었다.해가 달라졌겠나.보는 사람의 마음과 눈이 달라진 것"이라면서 자신감에 찬 인사말을 했다.다시 2일 오후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 소장들과 만난 자리.이번에는 태안 기름유출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예를 들었다."국민들이 힘을 모으면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것도 실물에서는 확실히 달라진다"며 "올해 경제가 만만치 않지만 어렵다며 주저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의 이 같은 최면은 '좋은 게 좋다는 식'이 아닌 '창조적 긍정론'이다.14일 신년 기자회견 첫 머리에서도 "'이제 무언가 바뀌겠구나.이제 잘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곳곳에서 확인한다"면서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행동을 불러오고,긍정적인 행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라의 분위기가 바뀐다면,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론에 기반한 그의 화법은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으려는 '긍정의 리더십'으로 분석된다.이 당선인은 지난해 미국 조엘 오스틴 목사의 유명한 저서 '긍정의 힘'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졌다."자네,해보기나 해봤어"라며 직원들의 무한한 열정을 이끌어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아래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리더십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이 당선인이 오는 2월25일 취임식 때 국민들에게 다시 어떤 '긍정의 최면'을 걸지 관심이다.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대한민국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는 부정적 평가를 내린 뒤 임기를 시작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