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근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미학이다.자름과 쌓음의 끝없는 반복,증식과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되묻는다.'

추상 조각가 박석원씨(67)의 작품에는 자연의 재료를 하나하나 쌓아(積) 인간의 마음(意)을 형상화하는 적의(積意)가 담겨있다.그의 개인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2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의 제목도 '적(積)+의(意)'다.1968년 파격적인 추상조각 '초토(焦土)'를 출품해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이후 45년 동안 작업한 작품 45점을 볼 수 있다.

자연석을 주로 다뤄 온 박씨의 작품은 10년 단위로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1970년대 대형 돌덩이를 절단(切)하는 '자름의 미학'을 추구하다가 1980년대에는 자른 돌덩이를 쌓는 '적(積)'시리즈(사진)로 바뀌었다.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진행 중인 '적(積)+의(意)'시리즈는 화강석과 마천석,구리,철판석고,나무 등이 각기 전체를 구성하며 다양성과 짜임새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다.

박씨는 "자름과 쌓음이라는 재구성 과정을 통해 원래 형태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육중한 돌에 나의 혼 정신 삶을 묻어왔지요.내 이름(朴石元)처럼 돌을 조각하는 직업은 외롭고 고달프지만 숙명이고 나의 인생인 것 같아요."

지난해 9월 홍익대 미대에서 정년퇴임한 그는 "전시가 끝나면 제주도 현무암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며 "일상 구조물을 선택해 사진 등 평면작업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1968년 국회의장상을 받은 그의 작품 '초토'는 한국 앵포르멜 추상조각의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그는 1972년 국전 최연소 추천작가에 올랐다.(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