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한국에서는 10대 웹사이트 중에 웹2.0 사이트가 하나도 없다.30대 웹사이트까지 뒤져야 3개가 나올 뿐이다.웹2.0이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뭘까.한때 '인터넷 강국'이란 말까지 들었는데 왜 이렇게 침체됐을까.
각계 전문가 5명이 모여 한국 웹2.0의 현황과 문제점,대책 등에 관해 토론했다.
△문규학 대표=200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세계 강국'으로 통했다.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나 인터넷 이용자수에서 세계 1위였다.그런데 2004년을 기점으로 주도권을 상실했다.초고속인터넷에서 일본이 추월하기 시작했고,미국과 유럽은 웹2.0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인터넷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매출이 적어도 100억원은 돼야 한다.그런데 한국 웹2.0 기업 중에는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이 하나도 없다.
△김창원 대표=웹2.0은 남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웹 사용 형태를 바꿨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네이버 뉴스,다음 카페를 사용한다.달라진 게 별로 없다.이것이 한국 인터넷 산업과 웹2.0의 한계이자 문제이다.
△박병우 팀장=수년 전 많은 사람들이 문화관광부로 찾아와서 '웹 기반의 서비스'에 관해 묻곤 했다.그들 중에는 웹2.0 초기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도 많았다.지금 보니 창업에 성공한 이가 없다.창업을 포기했거나 창업했지만 실패했다.대기업 관리자로 들어간 이도 있다.
△문 대표=지난해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고 다녔다.설득해 보려고 했다.벤처를 한번 해보라고.그런데 체험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요즘 젊은이들은 고등학생 시절 '닷컴 버블'이 꺼지는 것을 지켜봤다.가족이나 친지가 벤처를 했다가 망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그러다 보니 진로를 정할 때 무엇보다 안정성을 따지는 성향이 강하다.벤처 창업 하겠다고 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는 게 현실이다.지금 한국에는 웹2.0 벤처 정신이 없다.
△이경전 교수=미국에서 인터넷 업체인 구글이 새로운 강자로 뜨면서 웹2.0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웹2.0을 잘 모른다.네티즌들도 웹2.0 시대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한국 네티즌들은 아직도 포털식 일방주의적 서비스에 익숙해 있다.
△문 대표=웹은 해당 국가의 문화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쓸 만한 가치와 정보를 인터넷에 얼마나 축적해 놓았느냐가 중요하다.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많은 정보를 축적했다.그것이 공유와 개방이라는 새로운 추세와 만나면서 웹2.0을 탄생시켰다.한국은 정보 축적이 매우 미흡하다.그래서 (지식검색을 내건) 네이버가 성공하지 않았을까.없으니깐 만들었다.
△이 교수=웹2.0에서 참여.공유.개방은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다.구글은 참여.공유.개방이라고 포장했지만 이를 통해 자기네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투자를 하고,돈이 있어야 웹2.0도 성공할 수 있다.또 창업자와 벤처캐피털이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박 팀장=우리나라 웹2.0은 콘텐츠가 약하다.문 대표 지적대로 지식 축적이 미흡하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가 쉽지 않다.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야 웹2.0이 대중화된다.지식을 제대로 축적하려면 유저(사용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김태우 블로거=미국에서 웹2.0이 확산된 데는 블로거들의 힘이 컸다.쓸 만한 지식은 나이든 분들이 축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웹이 활성화됐다.블로거들의 평균 연령이 한국은 30대 초.중반인 반면 미국은 50대다.콘텐츠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웹2.0 벤처의 영역도 넓혀야 한다.모든 산업군에 웹2.0을 적용할 수 있다.미디어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헬스케어 같은 분야에도 얼마든지 웹2.0을 적용할 수 있다.
△문 대표=건강한 위기의식,긴장감,이런 것이 우리 인터넷 업계에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웹 생태계를 복원하고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우리나라 웹2.0이나 '블로고스피어(블로거 세계)'는 아주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자신들만의 '섬'에 빠져 있다.블로고스피어에 있는 네티즌들에게 배를 나눠주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게 해야 한다.
정리=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