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공 비결이 '선택과 집중'이었다면 올해는 분배와 리밸런싱(재조정)입니다."

이보경 삼성증권 랩운용파트장의 올해 랩 운용 원칙이다.그는 지난해 펀드매니저 출신 부서장의 뒤를 이어 '구원투수'로 이 부서를 새롭게 맡았다.

이 파트장이 맡은 최근 1년 동안 '정석포트폴리오 랩'은 67.1%의 수익률(9일 기준)을 기록했다.코스피지수 상승률을 34.8%포인트나 앞질렀다.직접투자형 랩으로는 업계 최상위 성적이다.1년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보다도 25.43%포인트 높다.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시장이 크게 출렁인 최근 3개월과 6개월 수익률도 1.6%, 20.9%로 지수보다 4.2%포인트,12.6%포인트 웃돌았다.

부서에서 이 파트장을 처음 보면 누가 팀장이고 누가 부원인지 헷갈릴 정도다.나이보다 10살 정도는 젊어 보이는 '동안'에다 부드러운 말투에 언뜻 '이 분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그러나 자신만의 투자원칙과 철학을 빈틈없는 논리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풀어내는 그를 보면 진정한 '투자 달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파트장은 1987년 굿모닝신한증권의 전신인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한 이후 옛 동방페레그린증권을 거쳐 1999년부터 삼성증권에서 근무했다.직장을 두 번이나 옮겼지만 그는 22년 동안 오로지 주식영업만 했다.동방페레그린 시절에는 사내 수익률대회에서 개인적으로 전국 1등에 올랐고 2006년 삼성 서교지점장 때는 지점 직원들이 1,2,4위를 휩쓸며 지점이 1등을 차지했다.지난해 그에게 돈을 맡긴 한 법인으로부터는 향후 자문사를 설립하면 CEO로 오라는 제안까지 받기도 했단다.

이 파트장은 지난해 상승률이 탁월했던 배경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들었다.리서치센터의 추천종목 중 목표주가와 현 주가의 괴리도가 큰 종목이나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이 높은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지난 연말부터는 그의 원칙도 바뀌었다.눈 높이를 낮추고 위험 관리에 치중해야 할 때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올해는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분배와 리밸런싱입니다.우선 종목수를 10개 수준에서 15개 정도로 늘렸고 고객이 맡긴 현금으로 한꺼번에 사기보다 3분의 1씩 나눠 매수하는 식으로 투자 시기를 조절하고 있습니다.종목수와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만이 변동성 높은 최근 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죠."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랩 계좌의 주식 투자비중을 70%에서 최대 90%까지 조절하고 있다.

이 파트장은 종목 선정의 비결로 '트렌드 투자'를 강조했다.시장 전체 전망은 물론 금리나 주변의 경제·사회적 여건 등을 종합해 큰 그림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그러다보니 잦은 매매가 필요없다."예를 들어 지금은 중국이나 인도의 인구 급증이나 지구온난화, 도시화 가속화, 수명연장 등이 큰 트렌드입니다.이런 추세에서 파생되는 종목을 중장기적으로 가져가려고 하죠." 그는 향후 수년간 시장을 이끌 업종으로 의약 에너지 농산물관련주 보험 엔터테인먼트(여행) 등을 꼽았다.올 들어 주도주를 놓고 IT(정보기술)·자동차와 기존 중국 관련주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분명한 건 이들 5가지 업종은 꾸준히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워런 버핏의 스승 필립 피셔의 말을 인용하며 "운이 있으면서 능력이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여기에도 '트렌드'란 말이 나왔다."능력있는 기업을 찾는 건 재무제표를 본다거나 잘 모르면 업종대표주를 고르면 됩니다.하지만 운은 시장이나 사회·문화 변화 등에 그 기업이 적절한지 미래의 큰 트렌드를 따져봐야 합니다.이런 트렌드에 부합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운 좋은 기업입니다."

이 파트장은 올 증시에 대해 "코스피지수는 상반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12~13% 정도 오를 것"이라며 지수보다는 종목간 수익률 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또 "상반기 1700선까지 내려가더라도 하반기 여건이 안정되면 2000선을 회복하는 흐름이 나올 것"이라며 "3~5월이 조정의 막바지 국면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그는 작년에는 손도 안 댄 IT나 자동차 금융과 중국이나 중동·인도 등과 관련된 업종 중 업황을 따져 분산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에 대해 "운용방식이 자금의 성격이나 기간에 맞는지, 자신의 투자철학에 맞는지 등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최근 펀드 쏠림현상을 보면 개인들이 전문가를 찾는 방법이 수익률에만 맞춰져 있어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채권수익률이 좋은 시점에 채권이 혼합된 형태의 랩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현재 업계 최대(5000억원) 규모인 직접투자형 랩 규모를 중장기적으로 1조5000억~2조원까지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개인적으론 미래 예측과 관련된 서적 30권 정도를 읽고 싶다고 했다."세상이 수시로 변하고 있고 금융업종은 그 변화가 어떤 업종보다 크게 올 수 있습니다.자칫 무뎌질 수 있는 변화에 대한 감각이나 생활의 밸런스를 찾기 위한 저만의 몸부림이죠."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 용어풀이 ]

◇랩어카운트=고객이 예탁한 재산에 대해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적절한 운용자산 배분과 투자종목 추천, 일임 운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률의 수수료(Wrap fee)를 받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