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시중 유동성도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콜금리를 5%로 동결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장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 때문이다. 가뜩이나 해외 경제 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올릴 경우 실물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물론 물가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고유가와 원자자 가격 상승 영향이 실물경제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12월 3.6%까지 올라 한은의 물가관리목표(2.5~3.5%)를 벗어났다.

정부는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자료에서 1월 소비자물가는 3% 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작년 12월에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내수 회복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을 반영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이날 콜금리 동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 상반기 중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3.5%에 가까운 선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총재는 이날 '매파'(강경한 금리 인상론자)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재는 "특정 인물을 '매파다,아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부동산 가격과 통화정책이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콜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를 덜어준 셈이다.

이 총재는 또 최근 채권금리 상승에 대해서도 "과거 정책금리 상승효과가 모두 반영되고 한은의 전망대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 금리 하락 압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면서 채권시장에선 실세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와 5년만기 국고채는 전날보다 0.12%포인트씩 급락,각각 5.73%와 5.84%에 마감했다.

주용석/정재형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