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 확정을 하루 앞둔 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통폐합 예상 부처들의 치열한 로비가 펼쳐졌다. 해당 부처와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주민들과 산하단체까지 총 동원됐다.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의 박재완 정부조직 개편 태스크포스팀장은 이날 "각 부처 로비가 극에 달해 난리도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전했다.그는 "부처 고위직과 각 부처마다 1분만 통화하게 해달라거나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들을 분담해서 찾아와 만나려는 등 로비 행태가 극심하다"고 말했다.다른 인수위 관계자도 "부처에서 밥 한번 먹자는 로비성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 걸려오는 바람에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가 찍히면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아예 자신이 그런 로비와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기자들과 한나라당 최고중진회의에 털어놓았다.해양수산부,정보통신부 등의 존폐와 관련해서다.그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특히 해수부의 경우 내 지역구(부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당신,앞으로 국회의원 계속 할거냐' 등의 지역구민 전화를 밤새도록 받는다"며 "공과 사 사이에서 원칙과 정도를 지키느라 매우 괴로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그동안 지역구 어민들은 '해수부 때문에 일 못했다'고 불평했었는데,'해수부가 10년간 얼마나 일을 못했으면'이라고 어민들에게 응대하고 있다"는 것.

건설교통부는 조직개편 대상에서 벗어나 있으나 김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줄'을 찾아 나선 케이스.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김 의원이 부탁을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친한 지인을 통해 김 의원에게 다리를 놓아줄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타 부처의 기능 일부 흡수 및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추진 등에 따른 건교부 조직 확대의 불가피성을 피력할 예정이다.건교부는 현재 국토관리부로의 확대 개편한다는 소문에 내심 즐거워하며 인수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인수위 안팎에서는 건교부가 해수부의 항만 및 물류 기능을 흡수하는 한편 원활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을 위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기능도 가져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통폐합이 짐작되는 부처가 산하단체를 활용,언론에 조직개편의 부당성을 알리는 광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부처가 산하단체를 동원하고 광고를 내는 등 조직적 활동을 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데 이는 부처 이기주의"라며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왜 조직을 제대로 개편하지 못했느냐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김 부위원장은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그러나 "차기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흐르는 행태에 대해 영향을 받지도 않고,좌우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정부조직 개편은 시대적 요구이고 국민적 요청"이라고 단언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