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서 균형,복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나라살림의 큰 틀이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용과 효율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정운용의 큰 틀이 '복지중심과 적자재정 허용'에서 '경제 활성화와 균형재정 달성'쪽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세출 절감과 연 7%의 성장에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이의 달성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OC.중기 투자 늘어날 듯

이명박 정부에서 재정운용 방향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2008년 예산.기금안을 통해 대강 가늠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후 한나라당 의견이 적극 반영된 이번 예산안의 특징은 복지지출예산의 삭감과 사회간접자본(SOC)의 대폭 증액에 있다.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257조3000억원의 예산안을 심의해 2조4714억원 규모의 사업을 삭감하고 1조3232억원어치를 증액,1조4000억원을 순삭감 처리했다.

이 가운데 복지분야 예산이 가장 많이 깎였다.

증액사업 규모는 1203억원이었지만 2845억원이 깎여 합계 1642억원이 감액 처리됐다.

낙후지역 기업에 대한 건보료 지원(568억원)은 낙후지역으로 기업이 이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전액 삭감됐다.

기초노령연금 지급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및 주거급여 일부(233억원)도 감액됐다.

6600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지원하는 251억원짜리 지역혁신복지사업도 집행실적 등 단계적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돼서 깎였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예산들이 집중적으로 칼질을 당한 것이다.

반면 SOC 예산은 3666억원(1633억원 감액 후 5299억원 증액)이 늘었다.

다른 예산들은 다 깎였는데 유독 SOC 예산만 늘어난 것이다.

때문에 현 정부가 2.4% 증가율로 짰던 SOC 예산은 본회의 조정으로 증가율이 4.3%로 껑충 뛰었다.

기획처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SOC 분야와 중소기업 투자를 강조하고 있어 아무래도 이쪽 분야 투자 증가율이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균형 재정 위해 복지 조정

세출분야별로는 예산 증가율이 각각 오르내리지만 전체적인 지출 증가율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내에서 예산증가율은 총지출 기준으로 매년 6~7%에 달했다.

실질 성장률(연 4~5%)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2008년은 7.5%(내년 추경예산안까지 감안할 경우 9.5%)에 달한다.

복지분야 지출은 그 중 특히 높았다.

매년 1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매년 7조~9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됐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출범 직전 165조7000억원이었던 누적채무 규모는 5년 만에 300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당선인은 "그간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균형재정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가채무 수준도 지난해 말 수준인 300조원 선에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균형재정과 채무수준 동결을 위해서는 당장 적자국채 발행을 줄여야 한다.

한나라당은 당장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적자국채 발행한도부터 깎았다.

정부안(8조5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을 감액시킨 것.

이 당선인은 또 균형재정을 위해 감세정책이나 복지정책의 시행 시기도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내부적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바로 늘리지 않고 현행 계획(2008년 8만4000원에서 2028년 월 17만원으로 단계적 상향조정)을 따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방침의 일환으로 보인다.


◆총지출상한제 도입 검토

또 새로운 사업들은 예산절감 한도 내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4조원에 이르는 복지 및 교육분야 공약사업들도 예산 동결과 세출구조조정,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마련한 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사업이든 균형예산이 큰 틀에서 검토하고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균형재정을 목표로 삼는다지만 단년도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3년 또는 5년 단위의 균형재정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갖가지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7%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세입을 추가로 거둬들이는 게 핵심"이라며 "경제활성화와 안정적 성장에 균형재정 달성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