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몰 GS이숍 등 온라인몰들이 종합상사의 수입대행을 활용해 명품 병행 수입에 적극 나서면서 관련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종합상사들이 이탈리아 등 현지에서의 네트워크를 활용,온라인 쇼핑몰들을 위해 구매대행을 해 주고 있는 것.

삼성물산은 작년 한 해 동안 200억원가량의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미 승용차 병행수입을 시작한 SK네트웍스에 이어 다른 종합상사들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단순 구매대행이 아니라 병행수입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 병행수입 '블루오션'?

온라인 쇼핑몰인 CJ몰은 올해 명품 브랜드 판매 목표치를 전년 대비 30% 늘린 50억원으로 잡았다.

작년 초만 해도 소규모 도매상들로부터 '짝퉁'인지 진품인지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물건을 공급받던 터라 '판'을 벌리는 일이 엄두가 안났지만,지난해 9월 삼성물산 이탈리아 현지 법인을 파트너로 택한 이후 진품만을 팔 수 있게 돼 자신감이 생긴 것.

삼성물산 이탈리아 법인은 이처럼 명품 구매대행 사업이 성과를 거두자 올초 GS이숍으로 거래선을 확대했다.

GS이숍은 올해 35억원어치의 명품을 삼성물산으로부터 구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삼성물산이 신세계몰 롯데닷컴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이탈리아 법인은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인 위즈위드의 유럽 지역 파트너로도 활약하고 있다.

CJ몰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구매액이 갈수록 커지자 현지 명품숍들 사이에선 삼성물산이 꽤 '큰 손'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확대 해석은 말아달라"며 "현지 사정에 어두운 국내 유통업체들을 위해 그들이 주문한 물건을 대신 구매해 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LG상사도 이 시장에 뛰어들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GS이숍 관계자는 "LG상사로부터 계약을 맺자는 제안이 왔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상사 측은 "실무자 선에서 잠시 했던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외국 자동차의 병행수입에 뛰어든 SK네트웍스는 패션 쪽에선 브랜드 라이선스를 들여오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향후 명품 병행수입 시장이 커질 경우 언제든 뛰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종합상사는 아니지만 CJ그룹은 독일 등 해외 지사를 통해 CJ몰에 명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올해부터 추진키로 했다.

◆명품업체들 '긴장'

종합상사들이 명품 병행수입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명품의 판매 가격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CJ몰 관계자는 "프라다,펜디,구찌 같은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를 예로 들면 작년만 해도 우리가 판매하는 가격의 1.5배가 백화점 판매가였는데 요즘엔 대체로 1.2배 수준"이라며 "백화점 세일이라도 하면 가격차가 거의 안 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합상사와 같은 대기업들이 명품 병행수입 시장에 뛰어들면서 명품 본사들도 한국 내 판매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이 종합상사를 통해 병행수입을 하게 된 데엔 확실한 '애프터 서비스'가 큰 몫을 했다.

GS이숍 관계자는 "진품 여부를 가릴 때 필요한 서류를 삼성물산이 갖춰준다"며 "예컨대 삼성물산은 명품숍으로부터 받은 송장(invoice)을 공증해 둬 나중에 해당 물건을 명품 본사로부터 실제 가져왔는지를 확인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