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기록 말소는 쉽지 않을 듯

금융감독위원회가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금융소외자에 대한 대대적인 신용회복 방안을 보고함에 따라 720만명에 이르는 금융소외자에 대한 대대적인 신용회복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공사의 `희망모아'나 사회연대은행 등 기존 신용회복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거나 이들의 기능을 통합해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액 채무불이행자의 연체기록을 말소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은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 채무는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고 신용평가 강화라는 추세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 현재의 신용회복절차는 = 희망모아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생계형 신용불량자의 채권을 일괄 매입해 유동화하고, 동시에 이자가 면제된 상태에서 채무자들이 최대 8년간 원금을 나눠 갚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희망모아는 지난말 현재 30여만명과 채무재조정 약정을 체결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17만명 정도가 원금을 전액상환하고 프로그램을 졸업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체나 파산면책 등으로 프로그램에서 중도에 탈락하는 약정자의 비중도 2006년 20% 정도였지만 현재는 10% 정도로 떨어진 상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은 신청자가 2004년 28만7천352명에서 2005년 19만3천698명, 2006년 8만5천826명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특히 2006년 4월 파산자 보호를 강화한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개인회생 및 파산 신청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회복 신청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그밖에 사회연대은행도 자체적으로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 신용회복 대폭 강화된다 = 차기 정부에서는 이같은 신용회복 프로그램이 강화된다.

이 당선인은 대선 때 신용등급 7~10등급에 해당하는 720만명의 채무를 재조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시.도별로 저신용자의 자활을 위해 창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소액 서민대출은행을 1개씩 설립하고 신용회복기금을 조성해 금융 소외자의 채권을 매입하는 한편 서민대출은행에 기금을 출연한다는 구상이다.

금감위가 이날 신용회복프로그램을 활성화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는 앞으로 신용회복 대상자의 범위.방식 및 채무.이자 탕감폭 등 세부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융소외자의 신용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권의 소액 서민금융시장 진출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이 저축은행을 인수해 소액 신용대출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휴면예금과 휴면보험료를 활용해 소액 신용불량자를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 연체기록 말소 가능할까 = 그러나 이 당선인이 내세운 소액 금융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신용 대사면'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으로 금융거래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아오는 이들에게 `패자부활'의 장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이지만 `500만 원 이하의 돈은 안 갚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 아니라 성실하게 빚을 갚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한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도 240만명으로 추정되는 금융소외계층의 연체 기록 말소와 관련, 은행연합회에 집중돼 있는 연체 정보를 없애도 개별 금융회사에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다 신용도를 반영해 대출을 하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실적으로 `신용 대사면'을 단행하기가 어렵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다.

은행권도 이 당선인의 공약이 신용평가 강화라는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여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용평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여신관리를 해왔는데 연체기록이 모두 말소되면 대출고객의 신용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