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와 함께 청약통장 금리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청약부금 금리만 큰 폭으로 올리고, 청약예금 금리는 그대로 두거나 소폭 조정해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에 중소형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 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2일부터 3년 만기 청약부금 금리를 0.55%포인트 인상해 연 4.90%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5일부터 3년 이상 청약부금 금리를 연 4.1%에서 연 4.8%로 0.7%포인트 올렸고 하나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청약부금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해 연 4.7%를 적용 중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청약부금 금리를 올리는데 인색했었다.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대부분 금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데다 주택청약업무 대행 등 부대비용이 들어 은행으로서는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청약주택부금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1월 기준 연 3.94%로 전달보다 오히려 0.02%포인트 떨어졌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 은행권 수신금리가 모두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청약부금만 유일하게 하락한 것이다.

2006년말(연 3.67%)에 비해서는 0.27%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5.47%로 2001년 12월(연 5.53%)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2006년말(연 4.53%)보다는 0.94%포인트나 상승했다.

은행들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잡기 위해 고금리 특판예금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은행들은 이처럼 정기예금만 편애하고 청약부금은 홀대하다가 최근 실세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다른 수신상품과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청약가점제가 시행돼 청약부금 신규 가입자 수는 급감하고 있는 추세여서 금리 인상 혜택을 보는 고객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중대형 민영주택을 청약할 수 있어 집을 넓혀가려는 수요가 비교적 많은 청약예금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청약예금 금리는 연 4.35%로 지난 1년 동안 단 한차례도 올리지 않았다.

반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6.7%까지 지급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최근 청약부금 금리만 인상했을 뿐 청약예금은 손대지 않아 현재 연 4.3%의 금리만 지급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청약예금 금리 상승 폭은 0.3%포인트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의 청약예금 금리는 현행 연 4.0%로, 2006년 말에 비해 0.45%포인트 인상되는데 그쳐 1년짜리 정기예금 최고 금리(연 6.2%)와 격차가 2.2%포인트 가량 벌어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청약부금 금리도 연 3.85%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하나은행은 청약예금 금리를 최근 0.3%포인트 인상해 연 4.6%를 적용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금리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덜했다"면서 "하지만 최금 실세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금리를 조정했으며 청약예금 금리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