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일 경제 운용 방향과 관련,"정부 재정 지출을 늘려서 정부 주도로 무리하게 7% (성장률을)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정책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서울 인수위 사무실에서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국책.민간경제연구소장 10명과 간담회를 갖고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성장동력은 사실 기업들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라며 "미래 산업을 정부가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보다 우리 기업들이 그런 길로 가도록 열어주면 된다.

돈도 있고 글로벌한 능력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길만 잘 터주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평균 7% 성장은 관 주도가 아니라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북돋우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선인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다면서도 사실은 상당히 반시장적,반기업적 정서가 있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부는 친기업적 정부로 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간담회는 2시간10분간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연구원장들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외국인 투자 확대책 마련,세심한 물가 관리 등을 핵심 추진 과제로 건의했다.


◆이명박 당선인

기름값 오르고,원자재값 오르고,환율도 좋지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어디까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렵다고 주저앉을 수 없고,체념해선 안 된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태안 복구현장에 60만명 가까이 자원봉사를 왔다.

국민의 열정을 잘 모으면 웬만한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자들이 가서 계산해보면 (원상 복구에) 10년,2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이) 힘을 모으면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실물에서는 극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규제 개혁이 제일 빠른 방법이다.

어떤 핵심 규제에 대해서 어떤 방향으로 어떤 일정에 의해서 개혁할지가 미정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영전략이나 투자계획 세우는 것이 지연되고 있다.

일정을 조기에 가시화해 달라.


◆현정택 KDI 원장

앞으로 6개월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금융 경색으로 금리가 올라가고 수출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물가를 관리하면서 대외 충격도 줄여야 한다.

세심한 경제관리가 필요하다.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선 공기업엔 필요없는 인력이 절반 정도 된다.

정리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를 밀고 나가야 한다.

당선인이 일본 대장성 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관료를 개혁할 수 있느냐가 제일 큰 관건이라고 본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은행들이 지금은 대출경쟁 때문에 들어오는 것보다 더 많이 대출해주고 있다.

돈이 모자라면 채권을 발행하고,외국에서는 한국의 은행들 끝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더 큰 금융위기가 왔을 때 극복할 수 있나.

이것도 누군가 계속 챙기고 있어야 한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부터 해야 한다.

여러가지 있지만 우선 대기업 관련 규제는 사전에서 사후 규제로 바꾸고,의원입법에 대한 사전 심사 공적기구를 만들어서 국가 전반적으로 규제를 스크린할 필요가 있다.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

미국 클린턴 행정부 8년 동안 성장률이 3.8%로 이전 정부(2%)의 두 배 가까이였다.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7% 성장을 과거의 추세로 보지만 말고,이것을 하나의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규제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 설비투자 증가율이 12%까지 올라갈 수 있고 그러면 경제성장률이 6%까지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증가,투자를 통한 성장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

가을에 고심해야 할 것이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이다.

가장 중요한 게 역시 법인세다.현재 13~25%인 법인세를 21% 정도로 인하하고,4000만원까지인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확대해야 한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규제 개혁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거미줄 같이 얽힌 복잡한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풀어줄 것인가 하고 접근하니까 잘 안 된다.

두바이는 규제가 없는 데서 출발해 꼭 필요한 규제만 도입하니까 결과적으로 규제가 거의 없다.

경제자유구역만이라도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서 공공의 목적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만 도입하는 형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고는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다.

박수진/김인식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