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단계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반영 비율을 자율화하고 2단계로 수능과목을 7개에서 4~5개로 축소하며 3단계로 본고사.고교등급제를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3단계 대입 자율화' 방안을 사실상 수용함에 따라 교육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교육부는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정책,내신 반영비율 규제,수능등급제 시행 등을 골자로 한 현행 대입제도는 대학과의 합의를 통해 마련한 것으로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부처 폐지론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내부여론에 밀려 기존 입장을 대폭 수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교육부는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가 요청한 업무보고자료 제출 시한(1일 오후 2시)보다 17시간 늦은 2일 오전 7시께 자료를 제출했다.

그만큼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입시 업무 대교협에 이관

교육부는 대입 업무와 대학의 학사 관리업무를 대학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교육협의회에 대폭 이양하는 방안을 바탕으로 인수위와 협의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대입 관련 업무의 경우 대교협 등에 전부 넘길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입시 업무와 관련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협의체 성격의 기구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외국은 민관 협의체 형태 기구가 대입을 총괄하는 경우가 많다.

4년제 대학 입시와 관련해 사실상 교육부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대교협은 정부의 대입 업무 이양 방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업무개편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재 3단계 대입자율화 시행의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으며,시행 시기와 내용에 대해선 추후 협의가 계속될 것이라고만 전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중3이 대입시험을 치르는 2011학년부터 새 대입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는 "당장 내년부터 대입에 칼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목고 지정.운영 교육청에

교육부는 자율형 사립고 100곳과 마이스터고(전문계 특성화 고교) 30곳,기숙형 공립고 150곳 등 고교 300곳을 임기 내 신설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공약을 바탕으로 평준화를 보완할 수 있는 '엘리트 고교'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 당선인이 제시한 자율형 사립고는 현재 시범운영되는 자립형 사립고와 흡사한 개념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재정과 교과과정을 포함해 학교 운영 전권을 사학재단이 갖는 대신 정부의 지원 없이 등록금(공립 학교의 3배 이내)과 재단 전입금(등록금의 20%)으로만 운영된다.

자율형 사립고는 학교운영 전권을 재단이 갖는다는 점에서는 자립형 사립고와 동일하지만 정부가 일정 수준의 재정보조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교육부는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 지정과 운영을 시.도교육청에 대폭 이양하는 방안도 인수위에 보고했다.

현재 경기도 등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특목고 추가설립을 원하고 있어 특목고 숫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성적 상위 10~20% 수준의 학생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평준화가 폐지되는 셈"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어 공교육 강화

교육부는 사교육시장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 초.중등 영어 과목을 공교육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초등 3학년부터 시작되던 영어교육을 초등 1학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당 1시간인 영어수업 시간을 2~3시간으로 늘리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는 2006년 9월 영어교육 연구학교 50곳을 지정한 뒤 2년간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시범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영어수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영어교사 연수인원을 연 200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관련 예산 확보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교육에서의 영어교육 강화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