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은행들에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어려웠던 한 해다.

예금 등 수신은 별로 늘지 않는 가운데 대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부족한 대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를 계속해서 찍어내야만 했다.

또 4분기엔 예금 금리를 대폭 올리는 등 자금 조달 전쟁을 벌였으며 결과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이런 양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은행 정기예금 줄어

은행들은 지난해 중반부터 예금 이탈(Money Move)에 시달렸다.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이나 이자가 별로 붙지 않는 보통예금에서 돈을 찾아 주식형펀드나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옮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은 정기예금 규모가 6조7200억원에서 5조4300억원으로 1조2900억원이나 감소했다.

다른 은행들도 정기예금이 늘긴 했지만 그 규모가 7조원에 못 미쳐 예년 20조∼30조원에 비하면 사실상 줄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정기예금은 하나은행이 6조6100억원 늘어 1위를 차지했으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5조8400억원과 5조6500억원으로 2,3위에 올랐다.

총수신은 기업은행이 1위로 13조원에 육박했다.

하나은행은 총수신 증가 규모가 2조원에 그쳤다.

국민은행은 총수신 증가액이 6조원으로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의 절반에 불과했다.


◆대출은 중소기업에 집중

은행들은 부진한 수신에도 대출은 대폭 늘렸다.

국민은행이 20조9700억원 늘려 1위를 차지했으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7조5700억원과 16조6200억원으로 2,3위에 랭크됐다.

국민은행은 154조원으로 국내 은행 처음으로 150조원을 돌파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116조원과 106조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은행은 11조6100억원 늘린 81조8500억원으로 78조9500억원의 하나은행을 제쳤다.

대출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몰렸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외환은행이 줄인 것을 비롯 추가 대출보다 현상 유지에 치중했다.

지난해 대출 증가액 중 60% 이상이 중기 대출이었다.

원화 대출 증가액 중 중기 대출의 비중을 보면 기업은행(84.5%) 다음으로 우리은행이 높았으며 81%에 이르렀다.

외환은행과 국민은행도 70%를 넘었다.

다만 하나은행은 그 비중이 50%를 약간 웃도는 데 그쳐 쏠림을 자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펀드 판매 수수료 짭짤

6개 은행의 지난해 펀드 판매 잔액은 총 35조원이나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1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10조2300억원과 7조21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의 펀드 판매 증가액은 2조3100억원으로 총수신이나 원화 대출금 증가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펀드 판매로 받는 수수료 수입이 2%에 육박하는 만큼 새롭게 챙기는 수입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에 팔아놓은 펀드로부터 받는 수입과 더하면 연간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