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0일 개봉 '무방비도시'서 형사 역

연기자로서의 목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많은 배우들이 "내 이름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상적이고 드높은 목표인 만큼 관객에게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는 실제로도 흔치 않다.

배우 김명민은 데뷔한 지 한참 지나 든든하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그런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빚을 대부분 브라운관에 지고 있다.

인간적이고 서민적이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에 올라 있는 성인('불멸의 이순신')이나, 더없이 이기적이지만 마음속 깊이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외과의사('하얀 거탑') 모두 김명민이 연기했기에 완성된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스릴러 '리턴'이 '하얀 거탑' 이전에 선택한 작품이니 새 영화 '무방비도시'(감독 이상기)는 그가 브라운관에서 이름값을 높인 이후에 내린 첫 선택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소매치기 조직 보스 백장미(손예진)와 사랑에 빠지는 형사 조대영 역을 맡았다.

새해 1월10일 개봉을 앞두고 연말에 만난 그는 "시나리오만큼은 충무로에서 제일 잘나간다고 소문났던 영화"라고 말했다.

언론시사회 이전에 진행된 인터뷰라 어떤 영화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을 설명한 것.

"시나리오가 정말 끝내줬어요.

조대영이란 인물이 소매치기를 엄마로 둔 형사라는 비운을 안고서도 다시 소매치기 백장미의 매혹에 어떻게 빠져드는지, 그 가슴 저미는 슬픔과 애증, 운명을 그리는 부분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완성된 영화에 대해서는 "아마도 캐릭터들 사이의 애증을 부각하기보다 소매치기 기술을 화면에 잘 살린 세련된 범죄물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TV가 찍은 그대로 나온다면 영화는 시간이 한정돼 모든 걸 담을 수 없죠. 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연구하고 최상의 컨디션에서 촬영한 걸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영화만의 매력입니다.

인물들의 갈등을 세세하게 그리기는 어렵더라도 상업영화로서의 장점을 잘 살려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게 되면 좋은 일이겠죠."
그가 맡은 조대영은 능력 있고 열정이 넘치는 광역수사대 형사다.

그에게 "그 역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같다"고 말하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인천 광역수사대 형사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그들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라고 합니다.

범인을 잡고 난 뒤 밀려드는 허무함과 가족과 오래 함께 하지 못해서 느끼는 외로움이죠. 형사들의 마인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분들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최근 냉철하고 지적이면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아 온 이유를 묻자 그는 "작품의 장르로나 배역으로나 자꾸 그런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고 답했다.

"제가 매회 울고 짜는 드라마를 한 적이 있기는 해요(웃음). 그런데 요새는 자꾸 끌리는 게 남자다운 강한 역입니다.

아무래도 성격 탓인 것 같은데 제가 실제로 가까이 지내는 건 대부분 남자들이거든요.

남동생들이 저를 잘 따르고, 친하게 지내는 여자는 거의 없어요."

그러니 여배우와 '투톱' 체제를 갖춘 것도 '무방비도시'가 굉장히 오랜만의 작품이다.

팜 파탈로 변신한 배우 손예진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아쉽게도 둘이 부딪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서로 의견을 많이 나누며 촬영했어요.

예진 씨는 내 의견 중에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고집 부릴 건 부리더군요.

자세가 돼 있는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죠. 손예진 씨 연기 변신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72년생 쥐띠인 그는 내년 자신의 해를 맞는다.

우리 나이론 서른일곱이 되는 것. 적지 않은 나이지만 대기만성형 배우로 꼽히는 만큼 그의 전성기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늦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니 아무래도 처음부터 스타로 출발한 것과는 다르겠죠. 가장 좋은 점이라면 현장에서 아무리 큰 어려움에 부딪혀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더욱 인간적이고 사실적인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가장 큰 줄기가 있지만 그 사이를 왔다갔다 감정의 증폭이 있는 그런 역을 해보고 싶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