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기업들에 매기는 법인세 낮추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늘리고,자국 기업의 경쟁력도 높이려는 포석이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캐나다 독일 영국 등이 내년부터 법인세를 20%대로 내리기로 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법인세 인하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국가 간 법인세 낮추기가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실제 캐나다는 현재 34%인 법인세 실효세율(납세자의 실제 세금부담률)을 2012년까지 선진 7개국(G7) 최저 수준인 25%까지 인하하겠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세계 경제가 불안했지만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지금이 법인세 인하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틈을 타서 법인세를 크게 인하,부동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선 독일이 내년 1월부터 현행 39%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29%대로 대폭 인하키로 했다.

영국도 30%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내년 4월부터 28%로 낮출 계획이다.

독일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인근 동유럽권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10%대로 낮추면서 외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를 결정했다.

영국은 고든 브라운 총리가 재무장관이던 지난 3월 "주요국 중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해 영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하며 법인세 인하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유럽 주요국의 법인세율은 대부분 20%대로 낮아지게 됐다.

미국에서도 법인세 인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에릭 솔로몬 재무성 차관보는 지난 20일 법인세 개혁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세율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법인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도 (법인세 인하 경쟁에서) 뒤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기업들에 대한 각종 공제제도를 없애 과세 대상을 확대하면 법인세율을 7%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에선 내년 말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법인세 인하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법인세율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 1억원 이하는 13%,1억원 이상은 25%가 적용되는 2단계 누진적 형태다.

명목 최고세율(25%)만 따지면 주요국에 비해 그리 높지 않지만 각종 준조세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은 훨씬 크다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1993년 2.0%에서 2005년 3.7%로 급증했다.

전체 국세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6.1%에서 24.8%로 뛰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명목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04년 기준 1.6∼3.7%에 그쳤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