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만큼 요란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실용적으로 바꾸는 방법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취지가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잘못 실행하면 세상만 들쑤시게 마련이다.

대학교수들이 참여정부 4년차였던 지난해 '약팽소선(若烹小鮮)'을 한 해 소망으로 내세웠던 것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아 '가만히 놔두고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요란한 개혁에 염증을 느낀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9일 새 정부 인수와 관련해 "(참여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추진한 업무를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도 온고지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숫자를 두고 거기에 맞춰 조직을 줄인다는 생각보다 기능을 우선해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말도 같은 취지다.

차별화를 위한 정책보다 새 시대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경제정책은 특히 그렇다.

경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다.

새해 첫 주에도 당선자의 행보와 인수위 활동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연초 유류세 및 통신비 인하 등 민생경제 살리기 정책에 대한 세부안이 제시될 수 있다.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연초 부동산시장 움직임도 관심사다.

이미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매물이 사라지고 일부 지역에서 호가가 급등하는 만큼 인수위에서 막연한 기대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발표할지 주목된다.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통계청은 31일 2007년 연평균 물가동향을 12월 수치와 함께 발표한다.

물가 상승으로 금리가 오르면 새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물가 움직임은 내년 경제의 중요 변수가 될 게 뻔하다.

같은날 한국은행은 12월 기업경기조사(BSI) 결과를 발표한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가 기업인들의 체감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해볼 수 있다.

산업자원부가 2일 발표하는 2008년 수출입 전망과 2007년 12월 수출입 동향도 챙겨봐야 한다.

대외 여건은 좋지 않지만 새해에도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해 우리 경제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길 기대해본다.

경제부 차장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