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야당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54)가 27일 총선 유세 도중 피살됐다.

내년 1월8일 총선을 앞두고 야당 지도자가 숨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총선이 예정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는 등 파키스탄 정국이 다시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베드 치마 파키스탄 내무부 대변인은 파키스탄 인민당(PPP)을 이끌고 있는 부토 전 총리가 이날 파키스탄 북동부 라왈핀디에서 선거 유세를 한 뒤 현장을 떠나던 중 자살폭탄 공격을 받았으며 파편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자살폭탄 공격 직전 부토 여사를 겨냥한 총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현지 언론은 부토 전 총리가 유세를 하던 중 목과 가슴에 총격을 받았으며 이어 총격을 가한 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려 자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부상을 당한 부토는 라왈핀디 종합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라왈핀디 종합병원 현장에 있던 PPP 관계자는 부토 전 총리가 "오후 6시16분 숨졌다"고 말했고,부토의 대변인인 바버 아완 상원의원도 "의사들이 부토 여사의 순교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토 파키스탄 前총리 자살 폭탄테러로 사망] 유세 직후 총격ㆍ폭발음 '아수라장'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폭탄 공격으로 최소 2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토의 피격 소식을 듣고 라왈핀디 병원으로 몰려든 부토 지지자들은 "무샤라프는 개"라며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 군중은 울음을 터뜨리며 병원 정문 유리창을 부수고 정부 건물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날 부토를 공격한 테러 세력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파키스탄에서는 12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페르베즈 무샤라프 군부 집권세력과 부토 전 총리,또 다른 야당 지도자인 샤리프 전 총리 세력 간에 치열한 선거전이 계속됐다.

PPP 총재인 부토 전 총리는 이날 라왈핀디에서 수천명의 군중을 상대로 내년 1월8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내 이슬람 과격세력은 부토 암살과 총선 저지를 공언했고 부토 측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부토 전 총리는 지난 10월 귀국 길에서도 카라치에서 폭탄 테러를 받아 140여명이 사망했으나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15일 무샤라프 대통령이 6주 만에 비상사태를 해제했으나 안정을 찾지 못했다.

부토의 사망으로 파키스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해질 전망이다.

한편 미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성탄절 휴가 중인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부토 사망에 대한 짧막한 논평을 통해 "(부토 암살은) 비겁한 행위"라며 "극단주의자들이 파키스탄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책임있는 세력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파키스탄의 민주화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