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전통 신분제인 '카스트'가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인도의 경제 성장으로 부(富)를 일군 하층 계급이 늘어나면서 신분제를 고수하려는 세력과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부에서는 이런 갈등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사는 바이얄랄 보트만제가 최근 겪은 비극이 대표적인 케이스.그는 오직 '구걸할 권리'만 타고 났다는 이른바 '불가촉 천민(달리트)'이다.

'카스트'의 맨 밑단에 속한다.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직업은 죽은 소의 사체를 처리하는 것.그러나 보트만제는 쌀과 밀 농사로 신분 상승을 꿈꿨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일한 덕에 연간 2000달러가량을 버는 성공한 농사꾼이 됐다.

휴대폰을 살 정도로 집안 살림이 넉넉해졌다.

아이들 교육에도 정성을 쏟았다.

딸에게는 영어를 가르쳤고 아들에게는 컴퓨터 교육을 시켰다.

하지만 보트만제의 단란한 가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폭도들의 습격에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었다.

'불가촉 천민'의 신분을 망각하지 말라는 이웃의 강요에 대항한 것이 비극을 부른 원인이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보트만제는 인근 도시로 피신해 경찰의 보호 아래 정부가 제공하는 취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내가 농사짓는 땅은 2만㎡에 불과했지만 4만㎡의 땅에 농사짓는 상위 계급 이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며 "주위 사람들은 나를 시기했고 낮은 계급이 부를 거머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