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격변은 이미 올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은행 예금 금리가 연 4%대에 머물러 있는 동안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예금이 펀드 등 증권시장으로 대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다급히 금리를 높이고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를 찍어내 부족한 자금 메우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대출 쪽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치솟는 조달비용만큼 마진을 확보할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수익성 하락은 당연한 귀결.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2005년 말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올 3분기 2.44%로 추락했다.

국내의 좁은 시장에서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권이 선택한 것은 '해외진출'과 '투자은행(IB)으로의 성장'이다.

해외시장 가운데 개발도상국은 한국 금융회사로선 엄청난 기회의 땅이다.

특히 중국 동남아 중앙아시아 인도 동유럽 등 개발도상국에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최고 한국(5%)의 두 배에 달하는데다,금융부문의 발전속도는 이보다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재 GDP성장률은 10% 안팎이지만 보험산업의 연간 성장률은 2020년까지 최저 9.5%,최고 17.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3년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BII 인수를 통해 올해까지 연평균 17%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영이 건실해진 것도 해외진출의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1999년 말 BIS비율이 7.04%였으나 이제 13%에 육박하고 있으며,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9%에서 0.8%까지 낮아졌다.

은행들의 해외진출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이 인도네시아 현지의 빈탕 마눙갈은행,하나금융지주가 코먼웰스비즈니스은행라는 미국 교포은행을 사들였다.

신한은행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노스아메리카내셔널뱅크(NANB)'를 인수했다.

내년엔 해외은행 인수합병(M&A)이 붐을 이룰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과 동남아 등지에서 내년에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IB 부문은 은행과 증권사의 또다른 신천지다.

IB 업무란 자기자본 투자,M&A 중개,주식 및 채권 인수,기업 구조조정,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융회사가 위험을 안고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분야.현재 국내 은행의 수익 중 IB의 비중은 고작 3%에 그치고 있다.

외국 유수 은행들이 30%를 웃돌고 있는 것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은행들은 증권사를 인수합병하고 역량을 이 곳에 집중투입함으로써 2010년께는 수익 비중을 10% 이상으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년엔 인재를 서둘러 확보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이와 관련,"IB 부문의 성패는 인재에 달려있기 때문에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은 해외진출과 IB를 연계한 프로젝트도 구상중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및 지역사회개발을 위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이 같은 투자를 주선해 보겠다는 것이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