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고심 끝에 결국 자신과 가장 닮은꼴인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택했다.

CEO 출신 당선자가 CEO형 총장에게 정권 인수.인계를 맡긴 것이다.

이 총장은 숙명여대의 실질적인 개혁과 변화를 이끈 인물로 차기 정부의 실용주의 국정운영 철학 및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첫 여성 인수위원장으로서 상징성과 참신성도 돋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1980년대 신군부 시절 입법의원을 지낸 이 총장의 전력은 벌써부터 논란이다.


◆'숙명여대 이명박'을 선택

이명박 당선자가 이경숙 총장을 최종 낙점한 것은 리더십과 업무 스타일에서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당선자가 현대건설 CEO로서 불도저 같은 리더십을 통해 성공신화를 썼다면 이 총장은 CEO형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숙명여대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주도했다.

1994년 13대 총장에 취임한 뒤 세 번 연임하면서 학교발전기금 1000억원 모금목표를 달성하는가 하면 캠퍼스를 세 배나 확대하는 등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한 게 대표적인 예다.

리더십에 대한 철학도 비슷하다.

이 당선자가 지난 19일 당선 인사말을 통해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한 것이나,이 총장이 군림하고 지배하는 리더십이 아닌 '섬김의 리더십'을 지론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일찌감치 이 총장을 눈여겨봤던 이 당선자는 지난 10월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직을 이 총장에게 제의했을 정도다.


◆실용.실무적 능력 높게 평가

이 당선자는 말보다는 실천력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성과와 실적을 중요시한다.

이런 점에서 이 총장의 실용주의적,실무적인 업무능력이 높게 평가받았다.

그는 숙명여대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몸소 실천하는 리더십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해마다 벌어지는 대학발전기금 모금행사나 교내 축제에서 테크노 댄스,탭 댄스를 추면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 총장이 국내 최장수 대학총장으로서 입증한 행정능력과 개혁과정의 원활한 통합능력도 주효했다.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비전을 조율하고 최종 수립하는 인수위 수장직에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이 총장은 남북적십자회담 자문위원,노사관계개혁위원회 위원,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이사장 등 여성계를 대표해 다양한 경력까지 쌓았다.

이 당선자가 내건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공약과 어울리는 상징성을 갖는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