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및 중동 항공사들의 '몸집 불리기'와 세계 각지에서 잇따라 설립되고 있는 저가항공사 덕분에 중고 항공기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고 항공기의 리스료(임차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출고된 지 6년 된 에어버스 A320의 한 달 리스료는 최근 37만달러까지 급등했다.

6년 전 신품이었을 때의 한 달 리스료가 33만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사실상 20% 이상 리스료가 오른 셈이다.

지난달 미국계 리스업체와 보잉 B737-800 중고 항공기 2대를 임대 계약한 제주항공의 월 임대료도 이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B737-800의 임대료 역시 2~3년 전에 비해 10~20% 올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이 선호하는 소형제트기인 B737과 A320은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모기업인 애경의 탄탄한 자금력을 리스회사 및 보잉측에 적극적으로 설명한 덕분에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중동 인도 등지의 신생 항공사들이 신규 항공기를 '싹쓸이'하는 것도 중고 비행기의 몸값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두바이의 에미레이트항공은 최근 대한항공이 보유한 전체 항공기(123대)보다 많은 143대를 한꺼번에 주문했으며,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2200대가 넘는 여객기를 구매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항공기인 에어버스 A380과 보잉의 차세대 대형항공기인 B787의 생산이 예정보다 늦춰진 것도 항공기 리스시장의 공급부족을 부추긴 요소로 꼽힌다.

A380은 당초 예정보다 18개월이나 늦은 최근에야 싱가포르항공 등에 인도됐으며,B787 역시 계획보다 6개월 정도 지연된 내년 말에나 전일본공수(ANA) 등 고객사에 넘겨질 전망이다.

보유 항공기의 54%를 리스로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측은 "리스료 상승은 둘째치고 공급 부족으로 리스 항공기의 씨가 마른 게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실제 항공전문지인 '오리엔트 에이비에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는 리스시장에 B737 항공기가 131대 나왔지만,올 10월에는 121대로 줄었다.

또 A300 시리즈는 18대에서 2대,B767은 27대에서 7대,B747은 33대에서 22대로 각각 감소했다.

인기모델인 A330,B777,B737 신모델,A320 패밀리타입은 아예 리스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구매가 쉬운 것도 아니다.

글로벌 항공업체들이 과열에 가까운 '항공기 확보전'을 벌인 탓에 B787 및 B350의 경우 지금 계약해도 2016년에나 넘겨받을 정도로 주문이 밀린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는 '바잉파워'가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겠지만 영남에어 부산항공 등 새로 시작하는 저가항공사들은 항공기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대한항공도 이런 이유에서 내년 5월 출범하는 저가항공사인 '에어코리아'에 대한항공이 쓰던 A300-600 항공기를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