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다리다 미쳐'서 첫 주연 맡아

2003년 패션잡지 쎄씨 표지모델로 데뷔한 신인배우 장희진(24)은 데뷔 초기 톱스타 전지현과 닮은 외모 때문에 '제2의 전지현'으로 불렸다.

그 뒤 '폭력써클'(2006), '아파트'(2006) 등의 영화와 몇몇 드라마에도 출연했으나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내년 1월1일 개봉하는 영화 '기다리다 미쳐'(감독 류승진, 제작 아이필름ㆍ블루버스픽쳐스)에서 장희진은 비록 옴니버스 형식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이번 영화는 제게 정말로 중요한 영화예요.

비록 옴니버스 형식이긴 하지만 사실상 처음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거거든요.

꼭 성공해야 되는데…. 300만 넘으면 배우들 필리핀 여행도 보내준다고 했거든요(웃음)."

'기다리다 미쳐'는 남자친구의 군 입대로 연애전선에 위기를 맞게 되는 네 쌍의 청춘남녀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장희진은 인디밴드의 리더 민철(데니안)을 짝사랑하는 인디밴드 건반주자 보람 역을 맡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보람이라는 캐릭터가 맘에 들었어요.

저와 닮은 점이 많거든요.

우울하고 내성적이고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자기 감정을 표현도 못하고…. 저도 예전엔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렸거든요.

연예계 일을 하면서 많이 밝아지긴 했지만. 그런데 영화 속에서 보람이는 결정적일 때 남자에게 과감해지는데, 그런 부분은 실제 저와는 다른 부분이죠."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뒤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여자들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어봤다.

"저는 사랑에서 운명이나 인연을 믿는 편이에요.

저도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본 경험이 있어요.

21살 때였죠. 영화 속 커플들처럼 울거나 그러진 않았고 담담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고 제대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생각보다 휴가를 자주 나오더라구요.

그때 느꼈던 게 '아, 군대 가도 휴가를 엄청 많이 나오는구나'하는 거였죠. 두세 달마다 한 번씩 나오는데 바람피울 여지도 별로 없더라구요(웃음)."

'제2의 전지현'이라는 닉네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데뷔 초기에 그런 얘기가 좀 나왔던 것 같고, 지금은 그렇게 부르는 사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쨌거나 그건 제가 개성이 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저로선 별로 달갑지 않은 거죠. 이젠 더이상 '제2의 전지현'이 아닌 '장희진'으로 불리고 싶어요.

제 스스로 생각해보면 갈수록 욕심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CF도 잘하고 싶고, 드라마도 잘하고 싶고, 영화도 잘하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절 알아보고 기억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