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로 산 속에서 정신을 잃은 은수(천정명)는 정체 불명의 소녀 영희(심은경)의 인도로 동화 속에서나 보았을 것 같은 '즐거운 아이들의 집'에 도착한다.

겉으로는 행복하게만 보이는 이 집 부모들의 행동은 어딘가 어색하다.

하룻밤 신세를 진 은수는 곧 떠나지만 미로같은 숲은 다시 이 집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데….

오는 27일 개봉되는 영화 '헨젤과 그레텔'에는 '잔혹 동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림 형제의 동명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동화의 어린 오누이 대신 세 아이가,아이들을 유혹하는 과자로 만든 집 대신 한 번 들어오면 떠날 수 없는 집이,마녀 대신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는 어른이 나온다.

기괴한 느낌을 주는 인형ㆍ초상화ㆍ벽지 등이 공포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지만 정작 공포물보다는 드라마에 더 가깝다.

고립된 집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그것의 근원이 되는 사연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가슴아픈 사연을 보여주는데 할애된다.

결국 학대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청년 은수의 교감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사연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후반부의 지루함을 다소나마 덜어주는 것은 배우들이 호연이다.

영희역을 맡은 심은경(13)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리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주는 복합적인 인물을 무난하게 연기한다.

다른 아역들의 평면적인 연기보다 한 수 위다.

또 최근 흥행한 '세븐 데이즈'에서 깊은 인상을 준 박희순의 악역 연기 또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연기파 배우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하다.

12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