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의 핵심 키워드는 '작은 정부'다.

정부 조직의 크기뿐만 아니라 예산이나 규제 등 정부 부문에서 파급되는 각종 영향력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을 잘하든 못하든 관계없이 시장에 미치는 역할을 축소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역동성을 키우겠다는 구상이 MB노믹스의 요체다.
[MB노믹스] 작은 정부 … 공공부문 역할 줄여 '큰 시장' 만들겠다
◆정부조직 축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공약에서 "현재 95만여명인 공무원 수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수만 놓고 보면 '큰 정부로 가는 것을 억제하는 수준'이다.

공무원 수를 현행대로 유지한 채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 당선자는 "공무원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면 가능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규제업무와 관련이 있는 공무원들을 줄이고 사회복지ㆍ교육ㆍ보건ㆍ치안 등 대국민 서비스 분야 공무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무원 인력을 구조조정하면 정부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수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시장을 규제하는 공무원들이 줄어드는 만큼 '큰 시장'이 가능해진다.

MB노믹스 구상을 실현하는 첫 번째 단추가 중앙정부 조직 개편이다.

이 당선자는 공약에서 "현행 56개의 중앙 행정조직을 대부처대국 체제로 개편하고 416개에 다른 정부위원회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는 법과 시행령 고시 등을 다루기 때문에 중앙정부 조직이 축소될 경우 통상적으로 규제가 줄어든다.

유사 기능을 맡고 있는 여러 부처가 통폐합될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단층 구조로 바뀌고,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체감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각 부처에서는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논리를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까지 벌이는 등 생존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구체적으로 정부조직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중앙부처를 10여개 전후로 축소하고 공무원 수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고 공약을 통해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정부조직을 10여개 부처로 재편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종 규제완화 추진

새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여러 규제를 직접 줄이는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는 "기업의 성장을 막는 경제력 집중 규제를 없애고 공정경쟁 위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보면 규제문제를 풀기란 쉽지 않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방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예컨대 외국의 유명 테마파크 시설이 수도권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강원도 등 다른 관광지역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기업의 진입을 금지하는 각종 중소기업 보호 규제는 '공정한 경쟁'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으나 이를 없애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ㆍ산업분리를 완화하는 문제,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는 문제 등도 많은 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의 취지가 사라지거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경우를 예상해 일정기간 후 효력을 소멸시키는 규제일몰제는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규제일몰제는 일몰 시점이 도래했을 때 예정대로 효력을 중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각종 세금감면 혜택에 일몰시점이 있지만 대부분 연장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규제는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공무원들의 성향과 관계가 있다.

공무원 수를 동결하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작은 정부를 실현하겠다는 MB노믹스에 대해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공무원 수를 줄이는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도록 학계에서는 주문하고 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는 "공무원 노조가 있는 한 인력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감소분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무원 수 감소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갑영 연세대 부총장도 "공무원 수요가 많은 분야는 늘릴 필요가 있겠지만 대체로 보면 규제 완화와 함께 공무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