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조정을 거치면서 그간 문제가 됐던 밸류에이션 부담은 상당폭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21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이후 이머징 아시아는 12% 가량 하락해 글로벌 주요 증시들 중 특히 두드러진 약세를 기록했다.

이 증권사 김지희 연구원은 "이머징 아시아는 올들어 현재까지 30% 넘게 상승해 7% 하락한 글로벌 시장 대비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많이 오른만큼 조정장에서 많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머징 아시아 내에서도 특히 중국이 20% 가까이 밀려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중국의 영향을 받는 대만 역시 상대적으로 부진의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증시의 경우 10월 이후 주가 하락폭은 9.1%로 글로벌 증시 평균(-7.1%)보다는 더 떨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연구원은 "현재 이머징 아시아의 밸류에이션은 지난 10월말 16.5배에서 14.4배로 하락했다"면서 "이번 조정으로 이머징 아시아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상당폭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연초 이후 밸류에이션 증가폭이 이머징 아시아보다 더 컸던 이머징 라틴의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내림폭이 적어 그간 이머징 아시아 시장이 밸류에이션 부담에 시달려 왔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설명.

여기에 10월말 이후 이머징 아시아의 장기 이익 성장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최근 이머징 아시아 증시의 부진은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따른 조정 과정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연구원은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이머징 아시아 국가 대비 크게 높아진 한국의 투자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행히도 과거만큼 외국인들의 증시 영향력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들어 기관들의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라고 지적.

그는 "지금의 조정장이 마무리되려면 대외적으로 미국의 경기 불안이 진정되고 중국 증시가 다시 안정을 찾는 과정이 선행되야 할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도 새정부의 구체화된 경제 계획과 어닝시즌을 계기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된 후 상승 동력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점 매수 시기를 모색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

21일 오전 10시5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18% 오른 1847.73을 기록하고 있고,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홍콩 H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각각 1% 남짓의 강세를 시현하고 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