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대륙' 유럽이 향후 3년 안에 역내 포도밭의 5%를 갈아엎는 데 합의했다.

미국 칠레 호주 남아공 등 소위 '신세계 와인'의 공습에다 소비 감소까지 겹쳐 공급 과잉에 빠진 역내 와인산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EU 27개 회원국 농업장관들은 사흘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19일 향후 3년에 걸쳐 전체 포도밭 340만㏊의 5%인 17만5000㏊를 줄이는 내용의 와인산업 개혁안을 타결했다.

품질이 떨어지는 포도밭 위주로 갈아엎되 포도 생산을 포기하는 농민들에겐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이 개혁안은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포도밭을 죽이는 것은 글로벌 와인 전쟁에서 양보다는 질을 앞세워 와인산업을 살리려는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EU는 아직도 전 세계 와인 생산 및 소비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와인 대륙이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신세계 와인 수입은 지난 10년 사이 20억유로(2조6600억원)로 배 이상 늘어난 반면 EU의 와인 수출은 연 40억유로(5조3200억원) 수준에서 정체돼왔다.

더욱이 바쁜 도시생활로 유럽인의 식사 시간이 짧아지고 식성이 바뀌면서 소비마저 감소했다.

EU는 궁여지책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과잉 생산된 와인을 사들여 공업용 알코올로 만드는 데 연간 5억유로(6650억원)를 써왔다.

이로 인해 와인 생산업자들은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

EU 집행위는 포도 재배지를 줄이지 않을 경우 2010년 와인 과잉 생산 규모가 현재의 2배 수준인 전체 와인 생산량의 15%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2003년부터 구조조정안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날 합의된 포도밭 감축 규모는 당초 집행위가 지난해 6월 발표했던 40만㏊(12%) 감축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과 와인 생산 농가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물타기 안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과잉 생산된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만드는 데 지원하는 현행 보조금 지급 방식도 전면 개편하려 했으나 이 역시 반발에 부딪혀 유예 기간을 두고 서서히 개편해 나가기로 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