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방미(28.여)씨는 지난해 말 거래은행에서 IC칩이 담긴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라는 권유에 2000원을 내고 카드를 받았다.

기존에 쓰던 마그네틱선 신용카드(MS카드)가 복제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규 카드에는 IC칩과 마그네틱선이 둘 다 들어 있었다.

IC칩을 인식하지 못하는 기기에서는 마그네틱선을 함께 쓸 수 있다는 게 은행원의 설명이었다.

김씨가 "그러면 마그네틱선을 복제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따지자 은행 측에서는 답변을 못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복제불능 마그네틱선 카드'가 내년 3∼4월쯤 나올 전망이다.

반도체 집적회로 개발업체인 라이벌코리아(대표 이용덕)는 마그네틱선 방식을 유지하면서 보안성을 높인 '특수 암호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기술은 마그네틱선 안에 들어있는 데이터에 기존 정보를 왜곡시키지 않을 정도로 작은 정보(노이즈)를 끼워넣어 암호화하는 방식이다.

이 암호는 카드를 복제할 때 함께 복사되지 않는다.

때문에 복제카드를 쉽게 판별해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데이터를 이중.삼중으로 변형하는 방식인 데다 여러 가지 패턴을 임의로 도입,암호를 풀어내 원래 데이터를 복원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IC칩에 비해 국내외에서 범용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도입비용도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용덕 라이벌코리아 사장은 "기존 ATM에 소형 모듈만 장착하면 복제카드를 쉽게 판별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기존 카드를 ATM에 긁기만 하면 추가 발급비용 없이 암호가 삽입된다"고 말했다.

그는 "IC칩의 제작과 기기설치 등의 비용과 비교해 모듈장착비가 10분의 1 밖에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은 마그네틱선 카드의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용량이 크고 안전성이 뛰어난 IC카드 발급을 권장해 왔으나 사용처가 한정되는 문제로 인해 IC칩.마그네틱선 겸용카드를 주로 발급해 왔다.

라이벌코리아는 이 제품에 대한 국내외 판권(일본 제외)을 갖고 영업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현재 국내 시중은행 3곳과 도입 논의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으며 기술제휴업체인 일본 화인테크를 통해 일본 은행들과도 테스트를 마쳤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 8만대가량 보급된 ATM에 라이벌코리아의 모듈이나 소프트웨어를 깔면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앞으로 수천만대에 이르는 전 세계 ATM에 라이벌코리아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