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서 대리운전 일을 하는 최모씨(32).지난 6월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와 캐피털사에서 300만원씩 신용대출을 받았다.

신용도가 워낙 낮은 탓에 대부업체에서는 연 66%,캐피털사에서는 연 54%의 높은 금리를 적용받았다.

그런데 최씨는 최근 대부업체로부터 금리 조건 변경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바뀐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라 내년 3월부터는 연 49%의 이자율을 적용해 이자를 내면 된다는 내용이다.

최씨는 캐피털사에도 이자율이 낮아지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캐피털사와 저축은행 등은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연 54%의 금리를 계속 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1월 등록 대부업체의 이자 상한선을 66%에서 49%로 인하한 데 이어 내년 3월부터 49% 이자 상한선을 작년 11월 이전에 취급한 대출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법 개정 과정에서 소급 적용 대상에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들은 11월 이전에 나간 대출에 대해서도 개정 대부업법이 시행되는 3월부터는 49%를 초과한 이자는 받을 수 없는 반면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들은 11월 이전에 취급한 대출에 대해 여전히 연 66%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부 기존 대출의 경우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같은 제도권 금융사의 금리가 대부업체 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이 빚어진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 2금융권의 신용대출 중 연 49% 이상의 금리로 대출된 규모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금융권이 보유 중인 연체채권까지 합치면 규모는 몇 배로 더 커진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법 개정시 부칙에다 여신금융 기관을 포함시키기만 하면 됐는데 국회의원들이 대부업체와 비슷한 금리로 신용대출을 영위하던 제도권 금융기관을 빠뜨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부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활용해 대부업체 금리가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매체 광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대부업법을 개정할 당시 저축은행과 캐피털업체 같은 여신금융기관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기존에 나가 있는 대출을 일률적으로 49% 이하로 낮추도록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대부업 관련 정부 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서둘러 통과시켜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을 막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